◇ 뉴요커, 뉴욕을 읽다/애덤 고프닉 지음·강주헌 옮김/352쪽·1만3000원·즐거운상상
5년 전 모습이 완전히 묻혀버려 흔적조차 찾기 힘든 곳. 이 책이 묘사하는 뉴욕이다. 저자는 1995년부터 5년간 파리에서 산 경험을 담아 ‘파리에서 달까지’를 펴낸 작가이자 잡지 ‘뉴요커’의 저널리스트다. 지도를 사면 몇 년 지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는 곳, 끝없이 적응해야 하는 도시, 뉴욕의 면모를 저자의 일상생활을 통해 담아낸다.
저자의 딸 올리비아에게는 찰리 라비올리라는 상상의 친구가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 자란 올리비아인 만큼 라비올리 역시 ‘뉴요커’다. 가장 큰 특징은 바쁘다는 것. “항상 자동응답기하고만 얘기해.” “라비올리는 만날 일 때문에 바빠요.” 라비올리와 장난감 휴대전화로 통화를 한 뒤 올리비아가 하는 말이다. 심지어 나중에는 라비올리의 비서 로리가 등장해 둘 사이를 연결해 준다.
“뉴욕 사람들은 치유의 길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다. ‘치유’의 증거는 ‘정상’의 회복이었다. …틀에 박힌 일상과 불합리하고 얼빠진 삶으로 되돌아가는 게 정상이지만 그런 태도는 슬퍼해야 할 사건에 대한 모욕이었다.”
저자는 책에서 작가 지망생 신분으로 뉴욕에 온 뒤 정신과 상담을 받았던 경험, 아이들이 연극 ‘피터팬’에서 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비상(飛上)위원회’까지 구성하는 뉴욕의 학부모들에 관한 이야기 등을 펼쳐놓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