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만의 경우는 오늘날 판사가 발부하는 체포영장과 비슷하고, 김유신은 긴급체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불의(不義)한 체포에 대응하는 그들의 태도는 감동적이다. 피신했던 덕만은 미실 앞에 스스로 나타나 정면승부를 건다. 당황한 미실은 결국 패배를 인정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옥에 갇힌 김유신은 “참수해야 한다”는 미실 측의 빗발치는 상소에도 오로지 백제군 방어 전략을 짜내는 데 골몰한다. 시청자들은 덕만과 김유신의 진실과 진심이 승리하는 과정을 만끽한다.
▷한명숙 전 총리의 검찰 출석을 둘러싼 검찰과 ‘노무현재단’ 측 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이해찬 전 총리)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추포극처럼 긴박하다. 물론 하나는 픽션이고 하나는 현실이다. 하지만 한 전 총리의 자세는 덕만이나 김유신처럼 당당하지 못하다. 한 전 총리 측은 ‘정치 공작’이라며 정략적 대응으로 진실을 가리는 데 급급하다. 검찰은 두 차례의 자진 출석 거부에 이제 체포영장까지 받아 놓고 여전히 자진 출석을 바라고 있다. 공은 한 전 총리에게 넘어가 있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