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 채권 금리는 큰 폭으로 올랐다. 그렇지만 증시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금리와 주가의 관계가 꼭 일률적인 것은 아니다. 주가 상승의 시작은 통상 저금리가 계기로 작용한다. 실물경제의 상황이 좋지 못하더라도 낮은 금리가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실물경제가 회복되면 금리도 올라간다. 금리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그 대가로 받는 것, 즉 돈의 가치를 뜻한다.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돈의 가치인 금리도 돈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경기회복 국면에서는 설비투자 수요가 됐건, 소비 수요가 됐건 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돈 값인 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그래서 주가 상승의 후반부는 주가와 금리가 함께 오르는 때가 많다. 장기적으로는 금리 인상이 주가에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금리를 못 올릴 정도로 경기가 나쁘다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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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호주,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올해 하반기에 금리를 올렸다. 그렇지만 그 파장은 크지 않았다. 이들 국가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만일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초기 국면에서 증시는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한국 증시가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한 1992년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 초기 국면에서 늘 외국인은 주식을 팔았고 한국 증시도 조정을 받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는 빨라도 내년 3분기 즈음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보면 외국인의 매수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외국인 매매는 한국 증시에 우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학균 SK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