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부정하는 사람은 역사 부인주의자” 비판
◇ 지상 최대의 쇼/리처드 도킨스 지음·김명남 옮김/624쪽·2만5000원·김영사
세계적인 진화론자 가운데 한 명인 저자는 전작 ‘이기적 유전자’(1976년)를 통해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 뒤 ‘만들어진 신’(2007년)에서는 과학, 철학, 종교, 역사를 넘나들며 창조론의 이론적 모순을 꼬집었다.
저자는 “개의 가축화는 수십 년 만에 진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말한다. 요크셔테리어, 닥스훈트, 휘핏 등 개 품종의 다양화는 유전자풀(gene pool)의 조작으로 가능했다. 그레고어 멘델의 이론에 따르면 부계와 모계 유전자는 2세에게서 결합할 때 물감처럼 혼합되는 게 아니라 카드패처럼 섞인다. 특정 유전자를 통제하는 등 유전자풀을 잘 다듬으면 개의 해부구조와 행동양식에 극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상당히 쉽다는 말이다.
미국 미시간주립대의 리처드 렌스키 연구팀은 1988년 12종의 박테리아를 각각의 플라스크에 담아 20년 동안 배양했다. 박테리아는 무성생식을 통해 하루 6, 7번의 세대 진행을 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20년은 4만5000세대를 지난 것과 같다. 인류의 시간으로 환산하면 대략 100만 년에 해당한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12종 모두에서 선조보다 개선된 점이 발견됐으며 종마다 다른 돌연변이 집합을 발전시킴으로써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개선이 일어났다.
저자는 “우리 몸이 진화의 흔적을 잘 간직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관은 고환에서 생성된 정자를 음경까지 전달하는 통로다. 원래 정관은 고환을 담은 음낭과 음경을 최단 거리로 연결해야 합리적일 텐데 실제로는 요관 위로 우회한다. 저자는 “원래 고환이 콩팥 근처에 있었는데 진화 과정에서 현재의 위치로 내려왔다”며 “정관은 내려오는 도중에 운 나쁘게 요관에 걸려버렸다”고 설명한다.
이 밖에도 저자는 생물이 바다에서 육지로 서식지를 옮겼다는 것을 증명하는 돌고래의 머리 위 숨통, ‘에오마이아’와 같이 진화의 과정에 있어 어떤 종에도 속하지 않는 동물의 화석들, 수정부터 출생까지 9개월 동안 인간 배아의 발달과정이 진화의 과정을 압축해 보여준다는 점 등으로 창조론을 반박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