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정치권에서 외고 폐지론을 들고 나온 이후 전국 외고 교장들은 전국외고교장협의회장인 강성화 고양외고 교장을 중심으로 단합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여러 차례 열린 간담회, 토론회에서 "20년 넘는 세월 동안 외고가 평준화의 단점을 보완하고 글로벌 인재를 키운 공을 인정해 달라. 우리를 사교육 주범으로만 모는 것은 억울하다"고 외고 존속에 한 목소리를 힘을 실었다.
그러나 10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학교당 최대 250명까지 학생을 뽑을 수 있도록 제한하는 외고 제도 개선안을 내놓자 외고 내부에서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한 외고 관계자는 "강성화 교장 동생이 민주당 국회의원이다. 이 때문에 강 교장이 우리 목소리를 완벽하게 대변하지 못했다. 회장을 잘못 뽑아 정원 유지에 실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무조건 '외고' 브랜드는 지키고 가자"
외고는 학생수를 줄이라는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정부 쪽에서 지원을 늘려주길 바라는 눈치다. 학생수가 줄어든 데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정원 20%를 선발해야 하기 때문에 외고에서 받을 수 있는 학생 전입금 감소 폭은 더 크다. 명덕외고 맹강렬 교장은 "신규 교사 임용에 드는 비용을 비롯해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을 받으면 학생 납입금을 올리지 않고도 정상 운영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사정에 따라 미묘한 차이도 있다. 전국외고학부모연합 관계자는 "당초 연구팀 안(案)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던 교장 A씨가 교과부 발표를 앞두고 한 발 물러섰다"며 "그 학교는 개정안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모양"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소규모 학교나 최근 학교 시설에 큰 돈을 투자한 학교만 몸이 달았다. 반면 전통 있는 몇몇 학교는 아주 여유만만"이라고 전했다.
● "결국 '명품 외고'만 살아남을 것"
입시 업계에서도 외고가 양극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세를 얻고 있다. '꼭 외고가 아니면 안 된다'는 학생들만 인기 있는 몇몇 외고에 계속 쏠리는 반면 나머지 외고는 '묻지자 지원'이 사라져 지원자가 부족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율고 같은 대안이 새로 생겼기 때문에 입구가 좁아진 외고에만 계속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 "전문학원에서 보습학원으로, 외고에서 자율고로"
입시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으로 학원가 분위기도 바뀔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개정안에 따르면 외고 입시 때는 중학교 2, 3학년 영어 성적만 반영한다. B학원 관계자는 "영어 내신 시험은 결국 학교 교사가 내기 때문에 전문학원에서 여러 학교를 일일이 지도하기 어렵다"며 "결국 고입이 전체적으로 내신 위주로 재편되는 만큼 한 두 학교 학생만 가르치는 보습학원이 활기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학원장은 "이제 해외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만 외고에 가려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며 "외고 시장 전체 크기는 줄지 몰라도 외고 준비 학생 1인당 부담금은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