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한 미술관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다. 공간 안에 빛이 들어오는 것을 관찰하며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건물 안팎의 풍경을 내 콘셉트에 맞춰 작업했다.”
창을 마주하고 있는 벽, 그 벽에 걸린 그림액자, 그 유리에 비친 마당의 소나무 한 그루 등 실내외 공간이 한 화면에서 혼융되는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 그림은 단순하다. 사다리가 놓인 창고, 잡동사니 하나 없는 정갈한 실내공간, 촛불 옆에 자리한 탁자, 의자와 전기스탠드가 있는 방. 모든 그림 속에는 공간만 덩그라니 있을 뿐 인간은 없다. 그는 “내 작업에는 공간을 바라보는 이의 시선이 그림의 한 요소인 만큼 굳이 인물을 그리진 않는다”며 “그림의 주체가 필요할 땐 사람 대신 빈 의자를 그린다”고 설명한다.
바깥으로 통하는 문과 창으로 쏟아지는 빛줄기가 어둠에도 여러 층과 겹이 있음을 보여주며 공간의 깊이를 체험하게 한다. 빛이 있을 때 어둠은 깊어지고, 어둠이 있어야 빛은 더 환하게 느껴진다는 단순한 진리가 그 속에 녹아 있다. 02-732-4677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