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한국 복싱의 영웅이었던 장정구가 국내 복서로는 처음으로 국제복싱 명예의 전당(IBHOF) 회원이 된다. 1987년 세계복싱평의회(WBC) 라이트플라이급 13차 방어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는 장정구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장 씨는 프로복싱기자협회가 9일 선정한 2010년 IBHOF 입성자 13명에 포함됐다. 현역 시절 세계복싱평의회(WBC) 라이트플라이급 타이틀을 15차례나 방어한 업적이 높게 평가받은 것. 그는 1983년 3월 파나마의 일라리오 사파타를 KO로 꺾고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두른 뒤 1988년 10월까지 5년 7개월 동안 타이틀을 보유했다. 챔피언 자리에서 물러난 것도 경기에 졌기 때문이 아니다. 가정불화와 불면증 등으로 방어전을 몇 차례 연기하면서 타이틀 박탈의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반납한 것이다.
장 씨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기회는 2년 전에도 있었다. WBC가 뽑은 20세기의 위대한 복서 25인에도 포함됐던 그는 2007년 세계복싱 명예의 전당(WBHF) 입성자 후보에 포함됐지만 아쉽게 탈락했다. 하지만 당시 WBHF 입성자 후보에 이름이 오른 것도 한국인 복서로는 그가 처음이었다. WBHF는 한번 후보에 오르면 5년간 자격이 유지돼 장 씨가 양 기구 모두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