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저버리고 정치권력화
일찍이 앨빈 토플러는 인류사 권력의 이동과정을 폭력에서 부(富)로, 그리고 부에서 지식으로의 전환으로 설명했다. 그의 예언대로 최첨단 과학기술과 지식정보에 의해 세계는 재편되고 있다. 이런 경향이 좋은 쪽으로 흐르면 시민의 확대와 건전한 NGO의 성장이 촉진된다.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면 아쉽게도 꼭 이런 방향으로만 인류의 역사가 흐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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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산업화 민주화사회 단계에서 일어나야 할 시민사회(Civil Society)의 성숙이 채 시작되기 전에 탈산업화 시대를 맞은 한국사회가 길을 잃고 방황한다는 사실이다. 시민사회 성숙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시민단체는 권력에 뒤따르는 무거운 책임과 의무는 저버리고 자신이 정치권력화하거나 정치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많았다. 갑자기 주어진 권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일부 시민단체의 리더는 쉽게 타락했다.
전 정권과 밀착해 단물을 빨아먹던 시민단체는 과거의 권력을 되찾으려는 야망에 불타 이념적 정치결사체처럼 변했으며, 어떤 경우에는 차라리 정치정당으로 변신하는 편이 더 나을 정도로 정체성이 흔들린다. 스님이 불공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은 경우라 하겠으니 시민단체가 성숙한 시민사회를 이끌어 가기는커녕 자진해서 정치에 종속되며 오히려 사회의 암적 존재가 됐다. 어떤 시민단체는 특정 정치세력의 뒷돈을 대는 돈주머니 역할을 한다는 흉흉한 소문도 돌고 있으니, 사실이라면 아연할 일이다.
前정권의 전철 밟지 말아야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이것은 정치권력에만 해당하는 철칙이 아니다. 중우정치(衆愚政治)에 입각한 ‘대중의 반역’을 부추기는 시민단체나 인터넷 권력도 겸손함과 도덕성을 잃고 권력을 남용하며 날뛸 때,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절대적으로 타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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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형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