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953년에서 1961년까지 미국으로부터 1인당 연간 약 65달러(2005년 기준 환산치)의 원조를 받았다. 같은 기간 가나에 대한 원조는 연간 2달러였다. 1990년대 말까지 한국이 받은 모든 해외원조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600억 달러(약 70조 원)에 이른다. 한국처럼 대만과 이스라엘도 엄청난 원조 수혜국이었다 부유한 국가가 됐다. 오늘날 주요 원조국인 유럽의 상당수 국가도 미국이 만든 마셜플랜의 수혜자였다. 선진국이 내생적 역량으로 발전했다는 주장은 역사를 모르는 소리이다.
한국이 오늘(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정부는 국격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역설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해외원조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외교통상부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해외원조 규모에 대해 ‘현 수준 유지’라는 응답이 53%, ‘줄이거나 중단해야 한다’가 28%로 나타났다. 우리 문제도 힘든데 굳이 다른 나라를 돕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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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자원부국을 우선 고려하는 해외원조가 국익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은 원조를 안보전략으로 이용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계산보다 인도적 차원에서 무상원조를 제공하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커지며, 이에 따라 얻는 상승 효과가 크다.
빈곤의 덫을 걷어내는 노력은 국제안보와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오사마 빈 라덴이 캠프를 설치했던 곳이 가난한 나라 수단이었듯이 테러리즘은 이름 없는 빈민굴에서 시작한다. 최빈국의 질병과 빈곤을 퇴치하는 노력은 지구촌의 미래를 위한 공동의 투자이다. ‘빈곤의 종말’의 저자로 유명한 컬럼비아대 제프리 색스 교수는 선진국이 국민총생산(GNP)의 1%를 기부하여 2015년에 빈곤을 절반으로 줄이고, 2025년까지 극단적 빈곤을 모두 없애자고 주장했다.
우리는 얼마나 돈을 줄 수 있을까? 정부는 2015년까지 공적개발원조(ODA)를 국민총소득(GNI) 대비 0.25%까지 증액하겠다고 약속했다. 액수로는 약 30억 달러, 정부 예산의 1% 수준이다. 정부는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방법, 다시 말해 과세와 기부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 세계의 도움을 받아 경제성장을 이룬 후 다른 나라의 친구를 돕겠다는 한국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친구의 우정은 말보다 행동을 통해 드러나지 않는가. 받은 만큼, 아니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줄 때가 왔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