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회가 어제(19일) 신임 사장후보로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협회장을 선출하고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기로 했습니다. 김 후보는 대통령의 최종 임명 절차를 거쳐 사장에 취임하게 됩니다. 이로써 지난 정권에서 심각하게 흔들렸던 '공영방송 KBS'의 위상이 바로잡힐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된 것입니다.
벌써 까마득한 일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전임 정연주 사장 시절 KBS는 '해방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전임정권과 코드가 맞았던 정 사장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관련 방송을 하면서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공정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언론학자들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영방송이자 국가기간방송인 KBS는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공익성을 실현해야 할 의무가 방송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방송의 공적 책임이라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방송법은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KBS는 이러한 방송의 공정 책임을 망각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뒤흔들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신임 사장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바로 KBS를 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하는 공영방송으로 굳건히 세우는 일입니다. 그것이 KBS의 정체성을 바로잡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 중차대한 책무에 비하면 KBS 내부갈등 해소나, 수신료 인상 같은 일은 어쩌면 후순위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 신임사장이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한 경력을 놓고 이런저런 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시청자는 '정권의 친위대' 사장도, '노조의 포로'인 사장도 원하지 않습니다. 오직 나라와 국민만 바라보면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방송 KBS로 과감하게 개혁하는 것만이 김 사장도 살고, KBS도 살 수 있는 길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