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수리부터 노약자 병원이동까지 척척
영구임대아파트의 민원 해결사
텃밭가꿔 고구마-감자 수확 동네잔치 열어
방황하던 청소년 3명 데려와 같이 살기도
인천 남동구 만수1동 주공7단지의 영선관리책임자인 김선옥 씨(왼쪽)는 17년 된 소형 승용차를 거동이 불편한 입주민을 위한 ‘민원 차량’으로 쓰고 있다. 김 씨가 18일 ‘수양 자식’들과 함께 아파트단지 텃밭에 심은 배추를 살피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수인산업도로 방음벽을 경계로 한 아파트 뒷마당 1000m²(약 300평)가량의 텃밭은 온정이 피어나는 곳이다. 폐가구 등 생활쓰레기가 방치돼 있었던 곳을 2002년부터 텃밭, 미니 동물원, 생태공원으로 가꾸고 있다. 입주민들이 돌아가며 이곳에 농작물을 심고 있다. 서로 많은 면적을 차지하려고 해 김 씨가 올봄 ‘경지 정리’를 해주었다. 버려진 보도블록을 갖고 와 2, 3평 단위로 깔끔하게 갈라놓았다.
김 씨는 올 초 기존 텃밭 옆의 저수조 주변 맨땅 400m²(약 120평)를 새로운 경작지로 꾸몄다. 그는 이곳에 고구마, 감자 등을 심어 수확기 때 ‘동네잔치’를 열었다. 지난달 25일 고구마를 캐서 주민들과 함께 쪄먹었고, 2kg씩 포장해 홀로 사는 노인 등 300여 명에게 나눠주었다. 또 꽃밭을 조성해놓고 여러 종류의 꽃을 길러 아파트 단지 곳곳에 심는 ‘양묘장’으로 삼고 있다.
김 씨는 올해 ‘살기 좋은 아파트’ 사업을 의욕적으로 펼쳤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가 지원한 나무 10만 그루가량을 10명의 전 직원을 동원해 아파트에 심었다. 겨울에도 파랗게 자라는 상록수 풀인 맥문동 7만5000그루와 영산홍 1만 그루, 행운목 8000그루 등으로 길가를 새롭게 단장했다.
김 씨는 분기별로 아파트 관리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주민 편의 사업을 벌이도록 하는 ‘1사+1단지 자매결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아파트 설비, 새시, 광고 업체가 생활이 어려운 입주민에게 화장지, 라면 등의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다.
김 씨는 개척교회 목사인 부인(54)과 함께 뜻 깊은 일도 많이 하고 있다. 교회 신도인 청소년 3명이 부모의 가정폭력, 사업부도 등으로 방황하게 되자, 이들을 데리고 와 수년째 함께 살고 있다. 그의 집은 방이 2개인 43m²(약 13평)짜리 빌라이지만, 막내아들을 포함해 6식구가 큰 불편 없이 오순도순 지내고 있다. 김 씨는 “시집간 딸과 막내아들 모두 전도사이기 때문에 조만간 아내 교회에 복지센터를 만들어 함께 운영하기로 했다”며 “최근 노인요양보호사 1급 자격증을 따놓는 등 열심히 복지사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07년 인천시장에게서 선행 모범상을 받았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