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인천/경기]피플&피플즈/인천 만수1동 주공7단지 관리책임자 김선옥 씨

입력 | 2009-11-20 03:00:00


아파트 하자수리부터 노약자 병원이동까지 척척
영구임대아파트의 민원 해결사


텃밭가꿔 고구마-감자 수확 동네잔치 열어
방황하던 청소년 3명 데려와 같이 살기도


 인천 남동구 만수1동 주공7단지의 영선관리책임자인 김선옥 씨(왼쪽)는 17년 된 소형 승용차를 거동이 불편한 입주민을 위한 ‘민원 차량’으로 쓰고 있다. 김 씨가 18일 ‘수양 자식’들과 함께 아파트단지 텃밭에 심은 배추를 살피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인천 남동구 만수1동 주공7단지 영구임대아파트의 영선(營繕·건축물 따위를 새로 짓거나 수리하는 것)관리책임자인 김선옥 씨(50)는 입주민들에게 ‘해결사’로 통한다. 아파트에 물이 새거나 물품이 고장 났을 때 수리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현장에도 자주 출동한다. 홀로 사는 노인, 장애인, 탈북자 등 생활형편이 어려운 무주택자들이 입주해 있는 이 아파트단지에는 크고 작은 사고가 많은 편이다.

김 씨는 2006년 가을 아파트를 수리해주러 갔다가 갑자기 폭력적으로 변한 입주민이 휘두른 흉기에 손가락을 크게 다치기도 했다. 그는 “올봄엔 술에 취한 주민이 야구방망이를 들고 사무실로 난입하는 바람에 혼이 났다”며 ‘허허’ 웃었다. 이처럼 ‘삭막한’ 분위기이지만 훈훈한 정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수인산업도로 방음벽을 경계로 한 아파트 뒷마당 1000m²(약 300평)가량의 텃밭은 온정이 피어나는 곳이다. 폐가구 등 생활쓰레기가 방치돼 있었던 곳을 2002년부터 텃밭, 미니 동물원, 생태공원으로 가꾸고 있다. 입주민들이 돌아가며 이곳에 농작물을 심고 있다. 서로 많은 면적을 차지하려고 해 김 씨가 올봄 ‘경지 정리’를 해주었다. 버려진 보도블록을 갖고 와 2, 3평 단위로 깔끔하게 갈라놓았다.

김 씨는 올 초 기존 텃밭 옆의 저수조 주변 맨땅 400m²(약 120평)를 새로운 경작지로 꾸몄다. 그는 이곳에 고구마, 감자 등을 심어 수확기 때 ‘동네잔치’를 열었다. 지난달 25일 고구마를 캐서 주민들과 함께 쪄먹었고, 2kg씩 포장해 홀로 사는 노인 등 300여 명에게 나눠주었다. 또 꽃밭을 조성해놓고 여러 종류의 꽃을 길러 아파트 단지 곳곳에 심는 ‘양묘장’으로 삼고 있다.

김 씨는 올해 ‘살기 좋은 아파트’ 사업을 의욕적으로 펼쳤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가 지원한 나무 10만 그루가량을 10명의 전 직원을 동원해 아파트에 심었다. 겨울에도 파랗게 자라는 상록수 풀인 맥문동 7만5000그루와 영산홍 1만 그루, 행운목 8000그루 등으로 길가를 새롭게 단장했다.

김 씨는 분기별로 아파트 관리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주민 편의 사업을 벌이도록 하는 ‘1사+1단지 자매결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아파트 설비, 새시, 광고 업체가 생활이 어려운 입주민에게 화장지, 라면 등의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다.

그의 17년 된 소형승용차는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를 위한 ‘서비스 차량’이기도 하다. 홀로 걷기 힘든 주민들이 김 씨가 운전해주는 이 승용차를 타고 병원, 동사무소 등을 다녀오고 있는 것. 705동에 사는 장애인 김경학 씨는 “요즘 병원에 자주 가는데 김 씨의 선행으로 너무 편하게 외출하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씨는 개척교회 목사인 부인(54)과 함께 뜻 깊은 일도 많이 하고 있다. 교회 신도인 청소년 3명이 부모의 가정폭력, 사업부도 등으로 방황하게 되자, 이들을 데리고 와 수년째 함께 살고 있다. 그의 집은 방이 2개인 43m²(약 13평)짜리 빌라이지만, 막내아들을 포함해 6식구가 큰 불편 없이 오순도순 지내고 있다. 김 씨는 “시집간 딸과 막내아들 모두 전도사이기 때문에 조만간 아내 교회에 복지센터를 만들어 함께 운영하기로 했다”며 “최근 노인요양보호사 1급 자격증을 따놓는 등 열심히 복지사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07년 인천시장에게서 선행 모범상을 받았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