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책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일 겁니다. 지금은 전자책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해봐야 할 때죠.”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출판의 미래에 대해 말하고 있는 미국 사이먼 앤드 슈스터 출판사의 캐럴린 리디 회장. 홍진환 기자
젊은 세대 창작물 ‘책’ 범주 벗어나
인문서적 위해 단말기 개선 필요
감성매체 종이책도 살아남을 것
“5년 내로 디지털 출판은 미국의 전체 출판시장에서 최소한 25%, 최대 50%까지도 점유할 수 있을 겁니다.”
‘제4회 파주북시티 출판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은 미국의 대표적 출판사 사이먼 앤드 슈스터의 캐럴린 리디 회장은 디지털출판의 미래를 이렇게 전망했다. 19, 20일 경기 파주시 파주출판도시에서 출판도시문화재단 주최로 열리는 이번 포럼의 주제는 ‘책의 진화와 디지털 출판의 미래’. 리디 회장은 19일 포럼에서 ‘디지털 출판시장 진출 배경과 전략’에 대해 강연했다.
○ “디지털 출판, 무궁무진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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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디지털 출판의 주고객층이 점점 더 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표적 전자책 단말기인 아마존 킨들의 주요 구매층은 50대 여성입니다. 주요 구매층일 거라고 예상했던 젊은 세대는 더 좋은 전자책 단말기와 콘텐츠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어요. 전자책의 미래가 무궁무진한 이유 가운데 하나죠.”
1924년 설립된 사이먼 앤드 슈스터는 스콧 피츠제럴드, 스티븐 킹, 론다 번 등의 책을 출판해온 미국의 대표 출판사다. 영상과 글을 함께 볼 수 있는 ‘vook’(video+book), 동영상을 첨부한 전자책 소설 등 다양한 형태의 전자책 출판사업도 추진 중이다. 리디 회장은 “젊은 세대는 책보다는 화면을 읽으며 자랐다”며 “이들이 창작해내는 글은 이미 기존 책의 범주를 벗어난다”고 말했다.
○ “저작권 문제, 소설 실용서 편중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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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사이먼 앤드 슈스터 등 미국 출판사들이 구글 도서검색서비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은 화해명령을 내렸고 이에 따라 구글은 2008년 첫 화해안을 내놓았다. 15일 발표된 이번 개정 화해안은 저작권자를 찾을 수 없는 ‘떠돌이 책’이라도 10년간 저작권료를 남겨두고 비영리기관이 관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자책 시장이 소설이나 실용서에 편중돼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자출판의 시대가 되면 인문·사회과학 서적의 판매량이 줄어들고 출판도 더 힘들어지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리디 회장은 “이는 소설책과 인문서적을 읽는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는 단말기를 개선하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전자책 단말기는 책갈피 기능을 이용하지 않는 한 지난 내용을 보기 위해서는 책을 한 장씩 넘겨야 한다. 속도도 느리다. 한번에 독파하는 소설과 달리 책 중간 중간을 들춰가며 봐야 하는 인문서는 읽기에 불편할 수밖에 없다.
○ “전자책은 선택 아닌 기본”
리디 회장은 “종이책은 살아남을 것”이라며 “‘감성적 매체’인 책은 사람들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때문에 전자책이 종이책만큼의 만족감을 주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줄어들겠지만 그만큼 특별하고 소중한 것으로 취급돼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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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 회장은 “전자책 출판을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조언도 남겼다. “전자책 출판이 귀찮은 추가 업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의 사용가치를 생각한다면 꼭 해야 할 일”이라는 것. 과거에 출판했던 책을 디지털화하는 사업을 진행 중인 리디 회장은 “신간을 전자책으로 만드는 건 너무나 손쉽기 때문에 그것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건 게으르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