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연륜-열정이 켜는 국악의 멋
‘현음회’ 정동진 회장(앞줄 오른쪽)과 회원들이 17일 제20회 정기연주회에 대비해 연습하다 포즈를 취했다. 이권효 기자
1981년 결성… 100여명으로
합주-시조창-남도굿거리外
가요-팝송 등 해금연주도
이번 연주회는 현음회에 무척 의미 있는 행사다. 17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9동 주택가의 한 건물 2층 방에 모인 회원들은 가락을 맞추었다. ‘현음회관’이라는 나무간판이 작은 대문에 걸려 있는, 오래된 일반 주택으로 국악을 아끼는 한 독지가가 현음회에 기증한 것이다. 회장을 맡고 있는 거문고 연주자 정동진 씨(48·대구 조일공고 국어교사)는 “6년 동안 현음회에 참여하면서 국악의 묘한 멋에 빠졌다”며 “이번 연주회에서 관객들이 국악과 공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현재 조선시대 궁중음악의 대표격인 ‘영산회상’의 아홉 곡 전체를 연주해낼 실력을 갖췄다. 보통 단소부터 시작하는 국악 입문 과정을 거쳐 고급 합주까지 할 수 있을 만큼 ‘내공’이 쌓였다. 국악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기 위해 현음회는 창립 당시부터 단소 강좌를 열어 2005년까지 24년 동안 7000여 명이 참여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17일 후배들의 연습을 격려하러 온 창립 멤버 김석호 씨(58·시인)는 “그때는 단소가 모자라 플라스틱 파이프에 구멍을 뚫어 사용했다”며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20회 연주회까지 하게 되니 지난 세월이 떠올라 뭉클하다”고 밝혔다. 현음회 고문인 김 씨는 2년 후에 나올 ‘현음회 30년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현음회 출신으로 현재 국립국악원과 대구시립국악단에서 국악인의 길을 걷는 사람도 여럿 있다. 이날도 대학과 경북예술고에서 국악을 전공하는 학생 서너 명이 연습을 함께했다.
회원들은 국악을 ‘고향’이나 ‘뿌리’와 비슷하다고 여겼다. 대학생 때 현음회와 인연을 맺은 단소 연주자 박기태 씨(44·대구덕희학교 교사)는 “단소를 물 때마다 마음 깊이 숨겨져 있던 소리가 돋아나는 듯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때 취미로 가야금을 익혀 2년째 참여하고 있는 강은수 씨(38·여·대구 북구 동천동)는 “국악기는 대나무나 오동나무, 명주실 같은 재료로 만든 것이 많아서인지 소리가 부드럽고 깊은 것이 매력”이라고 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