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변화’를 강조해 온 김 총장의 첫 해외 출장은 검찰 안팎에서 여러 모로 화제가 됐다. 통역이나 수행비서 없이 회의에 참석할 검사 2명만 데리고 출국했고, 공항에서도 귀빈실을 거치지 않고 일반 탑승객과 똑같이 줄을 서서 비행기를 탔다. 또 귀국 직후에도 오후 6시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해 업무를 챙기는 바람에 오랜만에 ‘총장보고’ 없는 편안한 월요일을 기대했던 직원들은 ‘실망’이 컸다.
하지만 그 같은 외적인 변화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김 총장이 두바이 총회에서 각국 검찰 사이에 범죄인 인도, 수사공조 등에 대해 포괄적 공조협약을 맺자고 제안한 것이다. 국가 간 조약을 체결하는 일은 외교통상부가 주무 부처지만 정치, 경제, 안보 등 다양한 분야를 총괄하는 외교부 입장에서 사법공조 조약은 아무래도 뒷전일 수밖에 없다. 마냥 외교부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검찰 수뇌부끼리 먼저 합의를 이끌어 내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범죄에 대처하자는 게 김 총장의 제안이었다.
현재 IAP 부회장을 맡고 있는 등 ‘국제통’으로 꼽히는 김 총장의 이 같은 행보는 달라진 국가 위상을 고려할 때 의미가 작지 않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는 대상에서 이제는 원조를 하는 위치로 올라섰고, 사법 분야에서도 올해 초 국제형사재판소장을 배출했다. 경제대국을 이룬 것에 자족할 게 아니라 사법 정치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오를 수 있다.
전성철 사회부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