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쟁점 추가심의 필요”
사상 최대 과징금 부과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6개 액화석유가스(LPG) 업체의 가격담합 혐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결정이 연기됐다. 공정위는 쟁점사안이 많아 사실관계와 법리 적용 등에 대해 좀 더 충분한 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12일 오후 2시 전원회의를 열고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E1, SK가스 등 6개 LPG 업체들의 LPG 판매가격 담합 혐의를 심의했으나 과징금 부과 결정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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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측은 LPG 6개사 중 한 회사로부터 리니언시(Leniency·자진신고자 감면제) 신청이 들어와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는 점을 들어 이날 결론을 낼 것으로 확신했다. 리니언시는 불공정행위를 자백한 기업에 대해 처벌·과징금 등을 감면해주는 제도로 담합 조사에서 자주 사용된다.
LPG 업계, 알리바이까지 대며 가격담합 부인
하지만 정호열 공정위원장은 이날 오후 5시 반경 “오늘 전원회의에서 LPG업체에 대한 제재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핵심쟁점이 많고 법리적 판단이 복잡해 추후 추가 심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결정에 공정위 공무원들뿐 아니라 LPG업계의 출석자들도 놀랐다.
전원회의 중에도 정 위원장은 시종일관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약 20분으로 예정된 피심인(LPG업체) 변론에 앞서 “사안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충분히 설명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4개 업체가 약 1시간씩 소명 발언을 했다. 리니언시를 신청한 2개 업체는 변론하지 않았다.
이날 변론에서는 새로운 쟁점들도 제기됐다. A업체는 “공정위가 리니언시 신청자로부터 받은 자료에 기초해 결정을 내리려 하지만 우선 그 자료의 진위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공정위 측은 “파악해 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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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회의에 참석한 공정위의 고위 관계자는 “LPG 업체들이 준비를 매우 많이 했고 자신들의 반론을 강하게 밝혔다”며 “음료담합 등은 담합 기업들의 여건이 동일해 심사가 수월하지만 이번 LPG 건은 수입사와 정유사, 대규모 업체와 중규모 업체 등에 따라 각사 입장이 달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의 심의 연기 결정에 LPG 업체들은 환영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담합 확정이라는 결정이 나지 않아 일단 다행”이라면서도 “아직 확실히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담합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퀄컴의 경우는 심의를 여섯 번 연기하기도 했다”며 “심의 연기 자체에 특별히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자료 보완과 쟁점 검증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1, 2주 후로 다시 심의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