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고서는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고용 증가 △산업 활성화 △의료서비스 개선 등의 장점이 있다고 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했다. 영리병원 도입 후 국민의료비가 증가하고 지역별로 의료서비스 격차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할 데이터도 제시하지 못했다.
용역 보고서를 계기로 영리병원 도입을 밀어붙이려던 기획재정부의 실망이 컸다고 한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보고서를 접한 뒤 데이터가 빈약하다며 격노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연구 용역은 영리병원 찬반을 떠나 모든 걸 원점에서 검토해보자는 취지로 실시됐다. 그러나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복지부나 의료산업화를 위해 영리병원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재정부나 모두 만족하지 못할 보고서가 나왔다.
상황이 이러니 상급 부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KDI와 보건산업진흥원의 토론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두 기관은 용역 보고서가 제출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와 재정부는 용역 보고서 제출시한을 11월 30일로 한 달 늦췄다. 이에 따라 영리병원 도입 결정도 12월 말로 미뤄졌다. 그러나 연기된 시한이 지켜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 달이 아닌 1년을 더 준대도 지금처럼 부처 간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상황이라면 완결성이 높은 보고서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는 충실하게 수행돼야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처 간 합의가 중요하다. 윤 장관과 전 장관이 현재의 건강보험 체계를 흔들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골격에 합의한다면 연구기관의 부담도 줄어들 테고, 논의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영리병원 논의가 표류하지 않는 방법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김상훈 교육복지부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