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수상작 = 빅 히트 보증수표’는 옛말1억원 고료에 1만부 못넘기는 작품도상금 걸맞은 작품성 뒷받침 안돼 깊은 시름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한국소설 판매대에 각종 문학상 수상작이 진열돼 있지만 독자들의 관심을 받는 작품은 많지 않다. 김재명 기자
현재 신인, 기성작가를 대상으로 1000만 원 이상의 고료를 걸고 있는 문학공모상은 20여 개. 상금으로 1억 원 이상을 내건 문학상만 현재 멀티문학상, 문사 장편소설상 등 7개에 이른다.
1993년 1억 원 문학상 시대를 연 국민일보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형경 씨의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는 문단 안팎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1995년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한 은희경 씨의 ‘새의 선물’이나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한 김영하 씨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도 화제를 모았고 두 작가는 문단의 스타작가로 부상했다. 문학동네 조연주 부장은 “당시는 신인을 대상으로 한 고액의 문학상 공모 자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수상작에 대한 주목도가 높았고 수상효과도 가장 컸던 시절”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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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흐름이 주춤하고 있다. 2007년 이후로는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백영옥 씨의 ‘스타일’ 이외에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문학상 수상작은 없다. 3000만∼5000만 원 고료인 대부분의 문학상 수상작이 1만 부 선이다.
1억 원 고료를 내걸고 올해 처음 공모한 A문학상의 경우 수상작이 1만 부를 넘기지 못했다. 역시 1억 원 고료인 B문학상은 첫해 당선 작품에 대한 반응이 미미했던 데다 두 번째 해는 수상자를 내지 못해 의기소침해 있는 상태다. 문학상 공모 수상작에 대한 후광효과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출판업계는 “전반적인 하락세”라고 평가한다.
문학상 수상효과가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비슷비슷한 고액의 문학상이 많아지면서 특색이 사라졌고, 독자들 역시 문학상 자체에 무감각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5년부터 2000만 원 고료의 문학수첩 작가상을 운영하고 있는 문학수첩의 박광덕 주간은 “제정 당시만 해도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고액 상금이 워낙 많은 지금 상황에선 빈약한 편”이라고 말할 정도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일본에는 ‘나오키상’ ‘아쿠타가와상’뿐 아니라 ‘서점대상’ ‘이 미스터리가 좋다’ 등 수많은 문학상이 있지만 서점 직원들이 수상작을 뽑거나 특정 장르에서만 선정하는 등 특색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상의 권위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국내 문학상이 양적으로는 팽창했지만 마케팅 등에서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독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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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