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 5차전 8회초 리드 상황서 출격·양키스 세타자 셧아웃…V징검다리
박찬호.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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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필리스 박찬호(36)가 월드시리즈 3경기 출장 만에 가장 빼어난 피칭으로 미 주류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박찬호는 3일(한국시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계속된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8회 선발 클리프 리에 이은 셋업맨으로 등판해 3타자를 완벽하게 처리하며 8-6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구원투수 박찬호 입장에서는 이기는 상황에서의 등판도 처음이며, 월드시리즈에서 셋업맨으로의 출격도 처음이다.
그동안 2차례 등판이 모두 패한 경기여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5차전에서는 승리의 징검다리 역할로 몸값이 한껏 올라갔다. 필리스는 선발 리의 역투와 체이스 어틀리의 2홈런 4타점 활약으로 귀중한 승리를 챙겨 시리즈 전적 2승3패로 뉴욕에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게 됐다. 어틀리는 월드시리즈에서만 5개의 홈런으로 1977년 레지 잭슨의 시리즈 최다 5홈런과 타이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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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 감독은 올 포스트시즌에서 7경기를 역전승으로 일궈낸 양키스의 저력을 감지하고 곧바로 불펜의 박찬호를 불렀다. 통상적인 패턴이었다면 8회라 라이언 매드슨이 등판하고 9회 브래드 릿지가 나오는 수순이었다. 그러나 전날 4-4 동점에서 9회 2사 후 3점을 내준 릿지를 믿을 수가 없어 매뉴얼 감독은 경험이 풍부한 박찬호를 셋업맨으로 호출했다.
무사 2루에서 등판한 박찬호는 첫 타자인 스위치히터 닉 스위셔를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144km짜리 투심패스트볼로 2루 땅볼로 처리했다. 이 때 2루주자 로드리게스는 3루로 진루했다. 이어 좌타자인 로빈슨 카노를 맞아 초구 변화구로 헛스윙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구째 147km짜리 포심패스트볼로 중견수플라이를 유도해 투아웃을 잡았다. 낮은 플라이여서 3루주자의 홈쇄도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으나 교체된 중견수 벤 프란시스코가 느린 동작으로 홈에 볼을 뿌려 선발 리의 실점만 5점으로 늘었다.
박찬호는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브렛 가드너를 볼카운트 1-2에서 143km의 투심패스트볼로 유격수 플라이로 처리해 이닝을 마쳤다. 투구수 11개(스트라이크 7). 박찬호로서는 8회 상대한 양키스 타자들이 스위치히터 스위셔를 포함해 사실상 세 명이나 좌타자였음에도 완벽하게 처리했다는 점에서 향후 시리즈에서의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FOX-TV의 조 벅 캐스터도 “박찬호가 8회를 완벽하게 처리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실제 박찬호가 8회 추가실점을 했다면 5차전 승부도 알 수 없었다. 마무리 릿지 대신 클로저로 나선 매드슨도 8-5로 앞선 상황에서 호르헤 포사다에게 2루타, 대타 마쓰이 히데키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하며 대량실점 위기에 몰렸다가 톱타자 데릭 지터를 유격수 병살타로 유도해 1실점으로 막고 월드시리즈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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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 문상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