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학비즈니스벨트 연구용역’서 유력후보지로 뽑혀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교과부와 국토부의 의뢰로 올해 초부터 수도권과 제주지역을 제외한 전국 129개 시군(도시 세력권)을 대상으로 과학비즈니스벨트에 적합한 후보지를 찾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연구 역량, 산업 환경, 정주(定住) 환경, 접근성 등 4개 지표에 대해 평가해 7월에 확정한 1차 후보지에는 세종시를 비롯해 대구, 광주, 포항, 천안, 아산 등 18개 도시가 포함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세종시 논란이 거센 데다 지역 간 유치 경쟁도 치열한 점을 감안해 당시 심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세종시는 1차 후보지 중에서도 꽤 상위권이었다”고 밝혔다.
이 용역 결과는 정부 안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정부는 1차 후보지로 선정된 18개 도시 가운데 용지 확보의 용이성과 미래발전 가능성을 중심으로 전문가 20명의 2차 평가를 실시해 최종 용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주무부처인 교과부 측은 “세종시는 이미 용지 확보가 완료됐고 대덕의 KAIST, 충북 오송의 첨단의료복합단지와 가깝기 때문에 2차 평가에서는 더 유리한 위치”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자족기능 강화’ 외에는 세종시 기능의 수정 방향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교과부, 국토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 안팎에서는 ‘과학과 비즈니스가 공존하는 과학비즈니스벨트’ 구상을 중심으로 수정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운찬 총리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의 세종시 원안대로라면) 자족도가 6∼7%밖에 안 되는데 기업이나 학교, 연구소가 들어오면 자족도가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 역시 이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연구기관 △연구개발단지(기업 연구소, 해외 연구기관 등) △교육단지(대학교, 대학원) △지식산업단지(금융, 법률, 지식기반 기업 등)의 4개 축으로 구성된다.
정부 추진단, 오늘 ‘과학비즈니스벨트’ 포럼 개최
기업과 대학, 연구소가 함께 들어서면 세종시의 취약점으로 지목되는 자족기능 부족에 대한 우려를 씻을 수 있다는 게 추진론자들의 논리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세종시의 대안은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중심으로 하면서 여기에 일부 기능을 추가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공청회 등을 열어 여론 수렴과 동시에 과학비즈니스벨트를 국민에게 본격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과학비즈니스벨트+알파론’이다.
그러나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의 ‘대체재’로 결정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치권 논쟁이라는 벽에 부닥쳐 좌초할 수 있고, 충청권 민심이 세종시의 대안으로 이를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편경범 추진지원단장은 “우리는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로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고 있다”며 “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누구도 이를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