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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소장의 즐거운 인생2막]초고층 대형아파트,노년층에 좋은 집일까

입력 | 2009-10-28 03:00:00


“자녀들을 모두 독립시키고 초고층 대형아파트에 살고 있는 노부부를 만난 일이 있다. 주택을 구조조정해야 할 나이인데 그런 큰 집에 사는 게 불편하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의외였다. 집이 넓어야 결혼한 자녀들이 와서 자고 갈 것이고 투자측면에서 보더라도 대형아파트가 소형보다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년에 몇 번 와서 자고 갈지도 모르는 자녀들 때문에 그런 넓은 집을 보유해야 하는 것인지, 한국의 인구구조, 출산율 등을 고려할 때 과연 앞으로도 대형아파트의 가격상승 가능성이 높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일본에서는 고령화 대책으로 노인들이 서로를 돌보는 복지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을 정도인데 한국에서는 고층아파트에서 이웃과 격리되어 사는 게 바람직한가란 생각이 들었다.”

이상은 서울에 와서 몇 년 동안 특파원으로 근무하다가 돌아간 일본 언론인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의 말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깨닫지 못한 점을 지적한 것은 아닌지 한번쯤 냉정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우선 과거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들이 넓은 집을 보유하고 있으면 자녀들이 자주 와서 머물다 가곤 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정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교통 발달과 마이카의 보급으로 웬만한 거리는 당일로 다녀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가족 모임 또한 외부에서 갖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사도우미를 쓰기도 쉽지 않습니다. 노인 세대가 지나치게 넓은 평수에서 살아야 할 의미가 없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아파트 가격 또한 지금까지는 대형아파트 수가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중소형보다 상승률이 높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질 것입니다. 재개발 붐으로 대형아파트의 공급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면에 핵가족화는 빠른 속도로 진전돼 2030년에는 한국 전체 가구 중에서 1, 2인 가구를 합한 비율이 52%로 늘어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그때까지도 대형아파트가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냉정하게 분석해 봐야 할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고령세대에게는 이웃집만 한 복지시설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의 고령세대들은 쇼핑, 의료, 취미, 오락, 친교까지를 모두 가까운 거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주거 형태를 선호합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초고층 대형아파트는 과연 고령세대에게 맞는 주거 형태라고 할 수 있을지 한번쯤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