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정작 대한민국의 대학을 경쟁력이나 교육 및 연구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평가하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 많은 우리 대학 중 세계적인 명문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대학은 한두 개에 불과할 정도이다.
학생선발-재정의 자율권 줘야
대학별 분화 및 특성화를 기초로 하는 미국 대학교육의 체제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평가받는다. 2년 전 영국의 권위 있는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적인 대학교육의 위기를 특집으로 다루면서 미국대학의 틀을 모방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하버드대 총장을 오래 지낸 데릭 복은 미국 대학의 성공비결을 자율성 경쟁 대응력 등 세 가지로 분석한다.
우리의 대학도 결국 자율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자율은 대학의 절대적인 자유로 해석되기보다는 대학교육의 결과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대학이 지는 책무성(accountability)으로 규정돼야 한다. 특히 학생 선발과 재정 부문에서의 자율성 확보는 매우 시급한 사안이다. 대학의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자율성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책임을 대학에만 전가할 수는 없다. 몇 해 전 교육부가 대학에 대한 차등지원을 골자로 하는 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기본적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대학의 구조개혁을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반대한다.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공립대학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유럽의 대학개혁이 관주도체제의 틀에서 탈피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다음으로, 대학 간의 경쟁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수백 개의 대학이 동일한 기준을 토대로 경쟁하자는 말이 아니다. 대학이 그간 추구한 외형적 유사성에서 탈피하여 개별 대학의 특성과 여건에 따라 기능과 역할을 차별화하고 유사한 기능을 가진 대학 간의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는 말이다.
기초과학-인문학으로 무장을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