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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출로 버티던 한국경제, 내수가 바통 넘겨받는 단계로

입력 | 2009-10-27 03:00:00

尹재정 “3분기 성장률 서프라이즈”

수출 호조-소비심리 회복-신차효과
“일시적 호전일 뿐” 착시현상 경계론
정부 “출구전략 일러” 기존정책 고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3월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어려울 때 경제성장률을 0% 정도로 막는다면 대성공”이라며 “내년 이맘때는 ‘꽃피는 봄’이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확히 7개월이 지난 26일 윤 장관은 세계경영연구원 정책포럼 특강에서 “3분기 성장률은 말 그대로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라며 “연간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점쳐질 정도로 빠르게 상황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윤 장관의 발언은 한국 경제가 얼마나 빠르게 위기에서 탈출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3월 말에는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면서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펼쳐졌지만 이제는 ‘속도조절론’까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좋아졌다.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동안 수면 아래로 잠복했던 출구전략 논란도 다시 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는 “3분기 실적만 놓고 경기를 낙관할 수는 없다”며 당분간 확장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 높은 수치, 탄탄한 내용

한국 경제의 3분기 성적표가 고무적인 것은 성장률을 구성하는 내용이 좋기 때문이다. 우선 소비와 투자로 구성된 내수 부문이 전 분기보다 4.0% 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7.3%)와 올해 1분기(―2.6%), 2분기(1.3%)에 비해 크게 호전된 수치다. 지금까지 정부의 재정지출이라는 ‘극약 처방’으로 버텼다면 이제는 민간의 소비와 투자가 그 바통을 이어받는 단계가 된 것이다.

기업의 재고조정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서고 생산이 늘어난 것은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기업들은 그동안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재고물량을 급격히 줄여왔지만 이번에는 재고 감소 폭이 상당히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생산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세계 경제의 개선으로 재화수출이 전 분기 대비 5.1% 늘어난 것도 경제성장에는 긍정적 요소가 됐다. 이런 수출 증가율은 2분기(14.7%)보다는 둔화됐지만 여전히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새 자동차를 살 때 세금 혜택을 줘 소비를 장려한 신차(新車) 효과도 일시적이지만 성장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한국은행은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 0.8%포인트 중 0.7%포인트가 신차효과라고 설명했다.

추석 연휴가 작년에는 9월에 있었으나 올해엔 10월로 이동하면서 3분기의 조업 일수가 늘어난 것도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1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서는 데 한몫했다.

○ 낙관론 속 ‘착시 현상’ 경계론도

올 상반기까지 정부의 공식적인 경기진단은 ‘경기회복세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크게 늘린 덕분이지 민간의 자생적인 경기회복력은 여전히 미미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수회복 조짐이 뚜렷해지고 여기에 ‘국내총생산(GDP) 서프라이즈’가 가세하면서 정부 안에서도 올해 연간으로 플러스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은 관계자도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 이상이면 올해 성장률이 플러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출구전략 논의가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신호탄인 기준금리 인상이 연내에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상황을 지켜보면서 당분간 확장적 재정정책을 지속한다는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3분기의 높은 성장률에는 착시(錯視) 요인도 있다는 분석이다.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3.9%포인트에 이르지만 기업의 재고조정 효과를 제외하면 1%포인트에 불과하다. 김명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생산 활동의 수치는 좋지만 착시 요인 때문에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그만큼 좋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사정이 여전히 어려운 데다 유가와 환율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것도 정부가 출구전략 시행을 주저하는 이유다. 윤 장관은 이날 “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거듭 강조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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