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 첫 마라톤 뛴 체전서 우승 피날레… 20년 마라톤 인생 마감현역 세계 최다 41번 완주
“장하다, 우리 아들”‘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9·삼성전자·왼쪽)가 21일 대전전국체전 마라톤에서 은퇴 경기를 우승으로 장식한 뒤 어머니 공옥희 씨(74)와 포옹하고 있다. 공 씨는 분홍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아침 일찍부터 아들의 마지막 레이스를 지켜봤다. 대전=연합뉴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9·삼성전자)가 은퇴 경기에서 우승하며 20년 마라톤 인생을 마무리했다. 그는 21일 대전에서 열린 제90회 전국체육대회 마라톤 남자 일반부에 충남대표로 출전해 2시간15분25초의 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1990년 충북 전국체전에서 마라톤 풀코스를 처음 완주한 뒤 세계 최다인 41차례 완주 기록을 세웠다.
이봉주는 “은퇴 경기인 만큼 완주하는 데 목표를 두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레이스에서는 달랐다. 이봉주는 30km 지점부터 독주하기 시작했다. 2시간17분32초로 2위를 차지한 유영진(30·청주시청)보다 2분 7초 앞서 결승선을 통과했다.
41번의 완주 중 어느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을까. 이봉주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고 2001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했다.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2000년 도쿄 국제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7분20초는 9년째 깨지지 않는 한국 기록이다.
“후배들 상대선수 눈치 너무 봐”
이봉주가 2시간15분25초의 기록으로 결승 테이프를 끊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이봉주는 ‘눈물이 없는 남자’라는 게 주위 사람들의 얘기다. 이봉주 자신도 “마라톤을 한 뒤로는 울어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경기 후 은퇴식에서 이봉주는 “열심히 한 만큼 아쉬움은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선수가 아니네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