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요?”
KIA와 SK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 열린 20일 문학구장. 경기 전 KIA 이종범(39)은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옛 기억을 끄집어냈다.
13년 전인 1996년 10월 20일 인천 도원구장에서는 KIA의 전신인 해태와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현대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 열렸다. 그날 경기는 한국 프로야구에 길이 남을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아 있다.
이종범이 13년이나 지난 일을 새삼 상기시킨 것은 전날 불의의 일격을 당해 가라앉은 분위기를 북돋우기 위해서였다. 이종범은 후배들에게 “타이거즈는 노히트 노런을 당하고도 우승한 팀이다. 어제 졌고, 오늘 또 지더라도 결국 우승하는 것은 우리”라며 자신감을 심어 줬다. 올해와 1996년 한국시리즈는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광주 연고 팀과 인천 연고 팀이 맞붙은 것도 그렇고, 3차전까지 타이거즈가 2승 1패로 앞선 것도 똑같다.
다만 김응룡 당시 해태 감독(현 삼성 사장)은 노히트 노런을 당한 뒤 “인천 출신 심판이 의도적으로 현대를 봐주고 있다. 또 인천 출신 심판이 나서면 경기를 보이콧하겠다”는 고도의 심리전을 폈다. 이를 계기로 해태는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면서 8번째 우승컵을 가져갔다. 그때처럼 2승 2패로 동률이 된 상황에서 조범현 KIA 감독은 어떤 카드로 분위기 반전을 꾀할지 궁금하다.
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