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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GREEN]“아줌마, 더!” 외침도 잔반도 없었다

입력 | 2009-10-15 02:58:00


■ ‘남은 음식 제로 운동’ 시범실시 1호점의 ‘색다른 점심시간’

《“비싼 돈 들여 만든 음식, 버리는 게 얼마나 많습니까? 벌써부터 이렇게 했어야죠.”

14일 낮 서울 중구 신당2동 한식집 대성회관. 단골손님이라고 자처한 회사원 손영호 씨(50)는 식사 도중 “반찬통을 열고 스스로 반찬을 꺼내 먹어야 하니 불편하지 않으냐”라는 질문에 “아, 이쯤이야 불편이라고 말할 수 없죠”라며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성회관은 한국음식업중앙회가 ‘남은 음식 제로 운동’ 시범실시 업소로 지정한 1호점. 하루 전까지 일률적으로 제공하던 김치, 어묵, 김, 시금치나물 등 반찬 4가지를 반찬통에 담아 테이블에 놓아두면 손님이 각자 먹을 만큼씩 덜어 먹는다.

손님 가운데엔 “테이블에 반찬통이 있으니 마치 구내식당에 온 것 같다”며 은근히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식당 곳곳에 나붙은 ‘남은 음식 제로 운동’ 포스터를 보고 이내 취지에 공감을 표시했다.

종업원도 캠페인에 대찬성이다. 음식을 추가로 요구하는 손님이 없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점심시간대에 약간의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도경 사장(44·여)은 “첫날이지만 손님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반찬을 전혀 남기지 않은 손님이 무려 80∼90%에 이른다”며 즐거워했다.》

[한국의 현실은]

○ 아까운 음식을…
2007년에만 527만t 버려… 8t트럭으로 66만대분 달해

○ 이젠 바꿔야죠!
“4년내 전국음식점 동참”… TF구성 캠페인-모니터링

○ 딱! 먹을만큼만
음식쓰레기 반으로 줄이면 年 CO₂ 배출량 100만t 감소

○ 음식물 버려…연간 15조 원 낭비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등에 따르면 2007년 전 국민이 먹지 않고 버린 음식물은 무려 527만4980t. 8t 트럭으로 65만9373대분이다. 이로 인해 들어간 처리비용만도 6330억 원. 재료비와 음식을 만드는 데 든 인건비 등 음식의 경제적 가치(14조4490억 원)까지 포함하면 15조 원이 넘는다.

정부는 이 같은 막대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 1982년과 1988년, 1992년 등 3차례나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2001년 하루 1만1237t에 불과했던 음식쓰레기 배출량은 2007년 1만4452t으로 최근 6년간 28.6% 늘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음식쓰레기 배출량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돼 2013년엔 하루 1만6200t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음식쓰레기의 배출은 경제적 손실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음식 1t을 처리하면 이산화탄소(CO₂) 338kg이 발생한다. 2005년부터 시(市)급 이상 지역은 음식쓰레기의 매립을 원천 금지하고 있지만 매립하면 침출수로 발생하는 환경오염이 적지 않다.

○ 4년 내 전국 음식점 100% 동참 목표

한국음식업중앙회는 시범업소를 앞으로 6개월 내에 1만1000개, 1년 내에 2만5000개로 늘릴 방침이다. 또 매년 실시업소를 20%씩 늘려 2013년엔 전국 41만52687개 회원 업소(올해 8월 말 기준)가 모두 동참하도록 할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의 일반음식점은 58만4294개다.

중앙회는 회원 업소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남은 음식 제로 운동’에 참여하는 업소에는 환경부와 보건복지가족부, 일선 시도와 구청으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아 업소마다 100만 원으로 예상되는 ‘복합찬기(식탁용 반찬통)’ 구입비용을 무료 지원하기로 했다.

또 중앙회는 중앙회 산하 식품위생교육원에 업주와 종업원을 위한 교육센터를 따로 설치하고, 매월 업소마다 실시 상황을 모니터링해 평가한 뒤 모범업소를 선정하고 표창할 계획이다.

○ ‘음식문화 개선’ 다양한 연구 필요

중앙회는 일회성 캠페인으로는 과거처럼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지속적인 캠페인을 위해 중앙회 내에 5, 6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또 학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외식산업연구소를 설립해 음식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업종별 특화방안을 연구하기로 했다. 반찬이 3∼5가지인 일반음식점은 ‘복합찬기’를 활용해 쉽게 개선할 수 있지만 반찬이 10∼20가지씩 나오는 전통 한정식은 이를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앙회는 △리필을 포함한 덜어먹기와 함께 △손님이 남은 음식을 싸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음식 코스화 등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업종마다 다양한 방식을 개발하기로 했다.

○ 50%만 줄여도 이산화탄소 100만 t 배출 감소

중앙회는 2013년까지 전국 업소가 모두 동참하면 음식쓰레기 배출량이 50% 감축돼 8조 원에 이르는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음식쓰레기 처리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00만 t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승용차 35만 대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분량이다.

보건복지가족부와 환경부는 올해 4월부터 실시해 온 반찬재사용 업소 단속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내년에는 예산을 별도로 책정해 ‘남은 음식 제로 운동’ 참여업소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재용 복지부 식품정책과장은 “먹을 만큼만 차려서 먹는 게 개인의 건강은 물론 지구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며 “푸짐하게 차려야만 제대로 접대를 하고 받았다는, 먹고살기 어렵던 과거의 음식문화는 이제 바꿔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동아일보 이훈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