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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마당]병력 감축

입력 | 2009-09-30 02:57:00


《병력 감축과 복무기간 단축 계획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보유 등 군사적 위협이 커지고 국방개혁은 예산 때문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한번 결정된 계획을 재검토하면 정치적 파장이 큰 데다 불필요한 군대조직을 줄이는 대신 전력을 증강해 강한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병력 감축 계획을 둘러싼 두 갈래의 목소리를 소개합니다.》

b>【찬】 軍개혁하면 전력 높일 수 있어
전쟁과 관련없는 조직 도려내 예산절감을
베트남전에서 패망한 미국은 전쟁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답은 독일의 군사이론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에게서 찾았다. 미군이 전통적으로 따랐던 영미식 군사이론에 과거 적국 독일의 군사이론을 도입했다. 핵심은 이기는 군대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미국 내부를 살펴보니 군인은 전쟁연구를 소홀히 했고 오히려 민간 정치학자가 전쟁이론을 더 많이 공부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민간 학자들의 잘못된 이론을 전쟁에 적용해 패배의 중요한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변화를 통해 미국은 걸프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미군의 변화를 이야기한 이유는 한국군이 병력을 감축하고 복무기간을 줄여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 문제는 정치인의 인기전략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6·25전쟁이라는 낡은 패러다임에 빠져있고 장군 수를 늘리기 위해 기형적으로 발전된 군대를 전쟁에서 이기는 올바른 군대로 바꾸려고 했던 내부의 개혁가들이 오래전부터 제기했다. 이런 노력이 항상 좌절된 이유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군대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 군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세력 때문이었다.
보수 정치인들이 군과 전쟁의 본질을 잘 알지 못하는 국민에게 심어온 막연한 안보 불안감과 군부독재를 타도한다는 목적 아래 군을 폄하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만이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한 무능한 이상주의자들이 만든 군 무용론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합쳐졌다. 이에 따라 군대개혁은 군대를 약하게 만들어서 북한 정권에 한국을 통째로 내어주기 위한 방안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국민에게 팽배해졌다.
한국군은 전시작전권이 없어서 제대로 된 전쟁연구를 바탕으로 하는 군사이론이 없다. 그리고 전쟁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기형적 조직 때문에 엄청난 전력 유지비를 낭비하는 실정이다. 한국에서는 병력의 수가 바로 전쟁 승리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주 원인은 황포군관학교 출신의 군부 엘리트가 고안한 중공군의 탁월했던 전략과 전술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인해전술에 당했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기인한다.
현재의 북한은 전국적으로 지하에 요새화된 군대를 만들었으므로 한국국민이 아는 것만큼 전격전을 수행할 수 있는 공격적인 군대가 될 수 없다. 더구나 개성공단 때문에 북한군은 한국의 중심인 서울을 침공하기 매우 어렵다. 더욱이 6·25전쟁 당시와는 전혀 다른 엄청난 군사력을 한국이 보유하고 있어서 6·25전쟁 개전 초기와 같은 전력의 불균형 상태가 아니다.
순수 군사학적으로나 경영적인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군대의 개혁은 승리를 위해 꼭 필요하다. 불필요한 군대조직을 줄이고 여기에서 절약된 예산을 전력 증강에 사용함으로써 강한 군대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병력 수의 감축과 복무기간의 단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장

b>【반】 첨단화 투자 없는 군축은 위험
국가재정 어렵다면 복무기간 단축 말아야
병력 감축과 복무기간 단축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예산상의 제약으로 국방개혁을 계획대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병력과 복무기간만을 단축할 경우 국방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변화하는 안보환경 속에서 적정 병력을 산출해 내는 일은 쉽지 않다. 북한의 위협과 주변국의 군비 증강을 면밀히 고찰하면서 우리의 경제 여건에 최적화된 병력 및 복무기간을 산출해야 한다. 출생률 저하에 따르는 군 복무자원의 감소 또한 중요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현재의 65만여 명에서 2020년까지 51만7000명으로 병력을 감축하는 방안은 이런 고민에서 나왔다. 미래 안보환경 분석에 기반한 적정 군사력을 판단하고, 그 속에서 첨단 군사력과 적정 병력을 조화시킨 지혜의 산물이다.
이를 근거로 군 복무기간은 전역자를 기준으로 현재의 23개월에서 2016년의 18개월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다만 지적하고 싶은 것은 위의 적정 병력이 계획한 대로의 투자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필요한 투자가 수반되지 못할 경우 첨단 군사력 건설은 늦어지며, 소수정예화 전략은 기반을 잃는다. 현 계획대로의 병력 감축과 현 추세대로의 투자가 이어진다면 목표 군사력과 실질 군사력 간의 심각한 차이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복무기간이 갖는 정치적 사회적 파급효과로 말미암아 쉽게 공론화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앞으로 경제여건이 개선되고 더욱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리라는 기대감도 근거는 있다. 이런 시각에서는 군 복무기간 단축을 재조정하자는 주장이 다소 성급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국가안보 최후의 보루인 국방이 흔들리면 국가의 근본이 흔들린다. 국방을 설계함에 있어 막연한 가정은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주어진 현실과 지향해야 할 미래를 조화시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오늘의 국가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복무기간 단축의 적정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일부 국회의원이 복무기간 단축의 폭을 줄이기 위한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한 일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이 문제를 다룰 때 국회 본연의 기능을 살리고 복무기간 단축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도 치유할 수 있다.
유의할 점은 민감한 복무기간 문제의 특성상 수반될 수 있는 인기영합주의이다. 특정한 견해가 외부에 어떻게 비칠까보다는 국가의 미래와 안전보장을 기준으로 심도 있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군은 만에 하나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존재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으려면 병력과 복무기간을 현실에 부합하도록 꾸준히 조정해 나가야 한다.
김구섭 한국국방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