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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曰, 敢問其次하노이다. 曰, 言必信하며…

입력 | 2009-09-29 02:58:00


자공이 여쭈었다. “그 다음 등급의 선비에 대해 가르쳐주십시오.” 공자가 말했다.
“말이 반드시 신의를 지키고 행동이 반드시 과단성을 지님은 돌이 서로 부딪히는 듯한 소리를 내는 소인이라 하겠는데, 그나마 그 다음 부류라 할 수 있다.”

‘논어’ ‘子路(자로)’에서 공자는 선비의 자질을 세 등급으로 나누었다. 첫째 등급은 부끄러움을 알아 자신을 단속하고 외국에 나가 사신의 重任(중임)을 수행하는 선비, 둘째 등급은 일가친척이 효성스럽다 일컫고 한마을 사람이 공손하다 일컫는 선비다. 자공이 그 다음 등급을 묻자 공자는 말에 신의 있고 행동에 과단성 있는 사람은 견식과 도량은 크지 않지만 그래도 셋째 등급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앞의 曰은 子貢, 뒤의 曰은 子(孔夫子)의 말이다. 言必信은 말이 반드시 신의를 지킴, 行必果는 행동이 반드시 과단성을 지님이다. 孟子는, 군자라면 말의 신의를 꼭 지킬 것도 아니고 행동의 과단성을 꼭 지닐 것도 아니며 오로지 義 있는 곳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갱갱然(갱갱연)은 단단한 돌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다. 小人은 견식과 도량이 작은 사람이다. 抑亦은 ‘그렇기는 해도’의 어조를 지닌다.

1972년 9월, 중국의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는 일본의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英) 총리와 국교 회복을 위한 공동성명 문안을 확정하고서 ‘言必信(언필신) 行必果(행필과)’라고 써서 주었다. 일본 총리는 기뻐하며 “信은 萬事의 근본”이라는 일본어를 적어 건넸다. 중국 총리는 일본 총리를 선비의 첫째 등급이나 둘째 등급으로 인정하지 않은 셈이거늘 일본 총리는 깨닫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는 高明함에 이르지는 못한다 해도, 말에 신의 있고 행동에 과단성 있는 소인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