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쇼핑몰29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대형 쇼핑몰인 샌프란시스코센터. 몇몇 쇼핑객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있지만 쇼핑몰 안은 대체로 한산하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콘퍼런스보드는 이달 들어 소비자신뢰지수가 떨어졌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이 경기침체라는 긴 터널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미국시장의 소비심리는 아직 기대한 만큼 호전된 것은 아니지만 금융위기를 불러온 원인이었던 주택시장에서는 지표 개선 추세가 뚜렷하다. 일본도 핵심 제조업종인 자동차와 전자 등의 생산 현장에서는 근로자의 손놀림이 한층 경쾌하게 이어지면서 불황 탈출이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집값 바닥론… 소비는 여전히 꽁꽁
미국 주요 대도시 집값이 34개월 만에 오름세를 보이면서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치고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5월 20개 대도시 지역의 집값을 나타내는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가 4월보다 0.5% 상승해 전달 대비로 2006년 7월 이후 첫 상승세를 나타냈다고 28일 밝혔다. 5월의 상승률 0.5%는 2006년 5월 이후 최대치다.
5월 주택가격지수는 1년 전인 2008년 5월과 비교하면 17.1%가 떨어졌지만 9개월 만의 가장 낮은 하락 폭이며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 17.9%보다도 양호한 수준이다. 전달 대비로는 14개 도시의 집값이 상승했고 클리블랜드(4.1%)와 댈러스(1.9%)의 상승률이 비교적 높았다.
최근 미국 주택시장에서는 연방주택금융지원국(FHFA)이 발표한 5월 주택가격이 전달보다 0.9% 오른 데 이어 6월 신축주택 판매 실적이 급격히 증가하는 등 부동산 거래가 활기를 띠면서 주택경기의 회복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S&P 지수위원회의 데이비드 블리처 위원장은 “주택가격 하락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주택가격 하락세가 마침내 진정되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택시장의 호전에도 실업률의 고공행진으로 가계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소비심리는 더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미국의 민간 경제조사단체인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7월 소비자신뢰지수는 46.6으로 지난달 49.3보다 떨어지면서 2개월 연속 하락해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지수는 전문가들이 예측한 전망치 49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앞서 지난주 발표된 로이터·미시간대의 7월 소비심리지수도 66을 나타내 전달의 70.8보다 떨어지며 5개월 만에 첫 하락세를 보였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일본, 주축 산업 車-전기전자 회복 조짐
요즘 일본에서는 주축 산업인 자동차와 전기전자의 산업 생산이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별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여전히 마이너스지만 감소 폭이 줄고 있고, 작년 가을 이후 중단했던 휴일근무와 잔업을 재개하는 공장이 늘고 있다. 두 업종 모두 재고 조정이 마무리된 데다 에너지 고효율 제품에 대한 각종 지원금에 힘입어 제품 교체 수요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복 기미를 보이는 제품은 한정돼 있어 본격 회복 국면에 접어들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 8개사가 28일 발표한 국내 생산실적에 따르면 6월 생산대수는 작년 동월 대비 32.7% 줄어든 66만9502대다. 생산대수는 여전히 작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지만 감소 폭이 올해 2월(55.9%) 이후 4개월 연속 줄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환경차량에 대한 세제 우대나 보조금 지급으로 생산실적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도요타는 신형 프리우스의 주문대수가 6월에 20만 대를 넘어서는 등 판매 호조에 힘입어 국내 생산 감소 폭이 전달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이처럼 수요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자 업체들은 휴일 생산을 재개하는 등 공장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도요타와 혼다가 이달 들어 부분적 휴일근무를 도입한 데 이어 미쓰비시와 닛산도 다음 달부터 휴일근무와 잔업을 재개할 예정.
전기전자 업종에서는 반도체 제조업체인 르네상스테크놀로지가 50%에 머물던 공장가동률을 다음 달부터 100%로 높이기로 한 데 이어 초박형TV 생산업체들도 잇따라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신일본제철도 생산을 잠정 중단했던 고로 2기 중 1기를 다음 달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중국“출구전략은 美경제 회복에 달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런민(人民)은행장은 28일 중국의 ‘출구전략’은 미국의 경제회복 여부에 달려 있고 미국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경제정책을 펴나갈 것임을 시사했다고 AFP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출구전략은 경기부양책으로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등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쏟아낸 비상조치의 원상회복을 뜻한다.
저우 행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이틀째 열린 미중 ‘전략과 경제대화’에서 토론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이 재정과 통화, 금융정책에서 출구전략을 시작하는 것을 보게 될 때 중국도 무엇을 할지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출구전략을 추진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냐’는 질문에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며 “중국의 정책은 분명히 중국의 경제상황에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출구전략의 시기나 방식을 결정할 때 미국의 정책 변화를 지켜보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