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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제53회 국수전… 화근을 남기다

입력 | 2009-07-23 03:16:00


좌측 흑 대마는 흑 79까지 백 두 점을 잡았지만 여전히 미생마다.

백 80의 단수에 흑이 순간 움찔한다. ‘흑 두 점을 주고 좌변에 둬 살아버릴까’ 하는 생각이 조혜연 8단의 뇌리를 스쳤다. 그러나 조 8단은 순순히 흑 81로 이었다. 이 두 점을 주면 하변에서 중앙에 산재한 백이 하나로 연결된다. 이런 유의 두터움은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흑 83은 모험을 동반한 행마. ‘가’로 끊기는 부담은 있지만 한 칸(85의 곳)을 뛰는 등의 평범한 행마로는 백의 공격에 계속 시달린다고 본 것이다.

루이나이웨이 9단은 상대가 ‘가’의 부담을 감수한다는 것을 알고는 역으로 백 84에 둔다.

흑 87 이후 백이 추가 공격을 접고 백 88∼94로 우하귀를 정리한 것도 좋은 수순. 흑 95는 승부수. 백의 위아래를 갈라놓겠다는 뜻이다. 물론 이렇게 해도 백이 위험해 보이진 않지만 사소한 꼬투리라도 남겨놓지 않으면 흐름을 뒤집기가 힘들다.

루이 9단은 백 104로 미뤘던 공격을 재개했는데 이 수를 두기 전 참고도처럼 하변 백을 깔끔하게 살아둬야 했다. 이를 생략한 게 두고두고 화근이 됐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