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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근 ‘멘탈 투자’ 강의]넘치는 테마株…조정땐 골도 깊다

입력 | 2009-06-15 02:59:00


최근 몇개월째 탄탄한 상승세
편견-환상-군중심리가 복합작용
급등땐 논리적 근거 꼼꼼히 살펴야

최근 증시에 ‘테마’가 넘친다. 요즘 경기 회복을 위한 정부의 정책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그 종류는 더 많아지는 양상이다. 자전거, 4대 강 살리기, 수소에너지, 녹색성장, 스마트그리드를 포함해 출산장려 정책까지 많은 테마가 시장에 떠돌고 있다. 그중 벌써 김이 빠진 테마주들은 심각한 주가 하락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테마가 난무하는 것은 거꾸로 그만큼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는 뜻도 된다. 시장에 돈은 넘치는데 갈 곳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테마주는 주로 실체보다는 기대감으로 오른다. 따라서 시장이 조정 양상을 보일 땐 후유증도 깊이 나타난다. 그래서 만약 테마주의 주가가 갑자기 급등했다면 그만한 논리적 근거가 있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봐도 이런 주식군(群)들은 항상 높은 투자 리스크를 수반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번 테마주 현상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시장 참가자들에게서 대략 세 가지 정도의 투자심리를 관찰할 수 있었다.

첫째, 지속 편견(persistence bias)에 기반을 둔 투자다. 테마주 찾기 현상은 대체로 시장의 추세가 견고하게 잘 잡혀 있을 때 일어난다. 시장이 추세적 안정세에 접어들었을 때 투자자들은 안심하고 시장에 뛰어들게 마련이다. 최근 주식시장은 길게는 작년 말부터, 짧게는 올 3월부터 탄탄한 상승세를 보여 왔고 그중 여러 테마 관련주들이 돋보이는 성적을 냈다. 이처럼 어떤 현상이 지금까지 일어난 방향으로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믿는(지속 편견)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시장이 불안할 때보다 테마주에 뛰어들기가 쉽다. 그러나 이런 지속 편견이 투자의 실패로 연결된 사례는 종종 있었다.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 또는 수출 중소기업들이 주로 빌려 쓴 엔화대출의 사례를 보자. 당시 이 상품에 가입한 기업들은 환율 추세가 그때까지의 흐름처럼 앞으로도 한결같이 지속될 것으로 굳게 믿지 않았을까.

둘째, 새로운 것(new arrival)에 대한 환상이다. 어떤 테마나 투자대상이 새로울수록 투자가 투기성을 띨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자전거와 ‘녹색 성장’은 적어도 증시에서는 새로운 개념이다. ‘4대 강 살리기’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처음 들어보는 것에는 기존에 알고 있던 것보다 솔깃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 1980년대의 증권주 투자, 1990년대 정보기술(IT) 벤처기업 투자, 2000년대의 브릭스(BRICs) 투자 등도 그 당시엔 새로운 개념이었다. 새로운 것에 투자한 사람들은 “이번에는 진짜 다르다”며 자신감을 가진다. 혹시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더라도 이런 믿음으로 자신을 합리화한다. 하지만 새로운 것이 세상을 얼마나 바꿀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알맹이 없이 단지 새로운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한 번 떴다가 몰락한 전력이 있는 종목들은 두 번 다시는 시장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미 당했다’는 학습효과(learning effect)가 투자자들에게 깊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테마주 열풍은 투자시장이 매우 경쟁적일 때 나타난다. 여기엔 군중심리(herd mentality)도 한몫한다. 테마주에 일찌감치 투자한 사람들은 항상 이득을 보고, 이것을 다른 투자자들이 보고 뒤늦게 쫓아간다. 이들의 실탄은 넉넉하다. 800조 원을 넘는 풍부한 유동성(단기자금)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투입될 준비가 돼 있다. 이때 다른 사람의 투자를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방향이 맞든 그르든 모두가 같이 하면 안도감을 갖는 군중심리가 나타나는 것이다.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며 수익률 게임이 벌어지는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큰 그림을 보지 않고 단기적인 시세에만 집중하는 행태를 보이기 쉽다. 테마주를 다각도로 분석하기에는 많은 투자자가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이 세 가지 여건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 과연 이 같은 여건에 변화가 있을지, 아니면 그대로 지속될지가 시장을 보는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하지만 최근 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과거 혼탁했던 테마주 장세의 후반부가 이번에도 여지없이 되풀이될 것만 같다.

송동근 대신증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