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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는 내홍격화 vs 野는 장외투쟁

입력 | 2009-06-08 02:50:00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왼쪽)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6일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54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쇄신파 “연판장-농성 불사”
정몽준, 조기전대 요구
“당원의 73%가 찬성”

한나라당에서 ‘쇄신 내홍’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박희태 대표가 지도부 즉각 퇴진 및 조기 전당대회 개최 요구를 거부하자 수도권 중심의 친이명박계 소장파는 집단행동까지 불사할 태세다. 이런 가운데 박 대표는 당내 계파 화합과 소장파를 설득하기 위한 절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7일 한나라당 박순자 최고위원의 딸 결혼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전당대회를 하면 ‘화합의 전대’가 아닌 ‘분열의 전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4·29 재·보궐선거 참패의 교훈은 한나라당이 화합하지 않으면 국민이 외면한다는 것”이라며 “화합이 승리를 위한 최선의 카드이자 당의 미래를 보장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주변에 “당내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의 화합이 전제된 조기 전대는 시기에 관계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주말에 당내 의원들과 접촉하며 친박계와의 화합을 모색할 수 있는 전당대회 개최 방안을 자문했으며 8일 최고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당내 서열 2위인 정몽준 최고위원은 조기전대 개최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7일 기자들과 만나 “당원 73%가 전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당원이 주인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달에도 “박 전 대표, 이재오 전 의원 등 책임 있는 분들이 전대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는 각 계파 수장들과의 ‘정면 승부’를 통해 정치적인 위상을 높이려는 정 최고위원의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당내 쇄신을 주도하고 있는 친이 직계 의원들도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며 연판장 돌리기와 당무 거부, 천막농성 등 집단행동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태도다. 당 쇄신에 앞장서온 초선 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과 정두언 권택기 김용태 의원 등 친이 직계 ‘7인 모임’은 8일 잇달아 회동하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당 쇄신파의 한 의원은 “실제로 지도부 퇴진을 위한 집단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해 박 대표와 쇄신파 간의 타협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기도 한다.

한나라당은 이와 별도로 민주당을 상대로 6월 국회 조기 개원을 촉구하고 있다. 윤상현 대변인은 7일 “민주당은 ‘국회에 들어갈 테니 조건을 들어 달라’는 식의 응석을 언제까지 부릴 것이냐”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국회 개원에 반대하면 상임위 등을 단독 소집해 민생법안 처리를 강행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10일 서울광장서 집회”
민주, 先상임위 거부 공세
이회창 “대통령 담화로 풀라”

민주당은 7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거듭 요구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6월 임시국회를 열 준비가 돼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이 대통령의 사과 및 국정조사 요구에 한나라당이 먼저 답변해야 한다”며 “상임위원회 몇 개만 먼저 열자는 것은 자신들의 내부 문제를 덮기 위한 편법이자 꼼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진상규명 없이는 6월 임시국회를 시작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 대통령 사과는 국민적 요구이며 6월 국회 개회 여부는 전적으로 정부와 여당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선(先)상임위’ 개최 요구에 대해서는 국회법 절차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워 거부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내부 사정을 감안할 때 6월 임시국회를 조기에 열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은 야권 공조를 통해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았다. 6월 민주항쟁 22주년을 맞는 10일에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4당과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주관하는 장외집회를 열기로 했다. 6·15 남북 공동선언 9주년을 하루 앞둔 14일에는 다른 야당 및 통일운동단체와 공동으로 기념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후 국회 일정이 구체화되면 ‘촛불재판’ 개입 논란을 빚은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다시 거론할 계획이다. 지난달 중순 신 대법관 탄핵소추를 추진하다가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속도를 잠시 늦췄지만 신 대법관 문제를 대여 공세 강화와 야권 공조의 계기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탄핵소추안 발의에 필요한 정족수(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 동의·최소 99명)는 이미 채웠다”고 말했다. 국회가 열리면 4월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빚어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국회 비하’ 발언을 다시 문제 삼고 유 장관의 해임 문제를 다른 야당과 협조해 처리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생각이다.

한편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촉구했다. 이 총재는 또 “본회의가 아닌 상임위부터 개회하겠다는 것은 파행 국회로 가겠다는 행동”이라며 “국정조사와 특검은 빨리 국회를 열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 총재는 이와 함께 검찰의 정치적 중립 확보를 위한 국회 내 특별위원회 구성과 안보위기 논의 등을 위한 대통령과 3당 대표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