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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인터뷰] 이현주 서경오픈 우승 “하루 12시간 샷이 첫승 밑거름”

입력 | 2009-06-04 14:50:00


신지애, 김하늘, 박인비, 오지영 등 국내외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톱 프로들과 함께 이현주(21ㆍ동아회원권) 역시 1988년생, ‘박세리 키즈’ 가운데 한 명이다. 골프와의 인연도 그렇게 시작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의 지인들이 “골프를 시켜보라”고 자주 권했다. 이현주는 “취미삼아 한 번 시작해보라”는 아버지의 말을 따라 실내 연습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 고사리 손이었지만 볼이 잘 맞았을 때의 황홀한 터치감은 이현주를 골프의 매력 속으로 흠뻑 빠지게 했다.

그리고 10년.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 없다”는 이현주는 오직 ‘꾸준한 연습’만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길이라 믿었다. 그 믿음과 노력은 KLPGA 투어 힐스테이트서울경제오픈 우승으로 찾아왔다.

우승 후 일주일. 생애 첫 우승이 가져다 준 얼떨떨한 흥분이 서서히 가라앉고 난 지금에서야 이현주는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으며, 골프와 우승에 대해 차분히 숨을 고르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스윙이 파워풀하고 깔끔하다. 골프 스승은 누구인가?

“울산의 한 연습장에서 레슨 프로로 활동하는 강원구(40) 프로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9년 가까이 지도를 받고 있다. 이름난 레슨 프로는 아니지만, 현대 스윙의 변화를 빨리 공부하고 받아들이는 분이다. 9년간을 배웠지만 항상 같은 스윙이 아니라 발전적인 스윙을 배울 수 있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스윙으로 이끌어주는 분이다.”

-우승은 누구나 간절히 원하지만 누구나 이룰 순 없다. 스스로 재능이 있는 편이라고 느껴본 적이 있나?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물론 농담으로 하는 말이겠지만 스승 강원구 프로도 ‘둔한 편’이라고 하실 정도다. 중학교 때까지는 전국 대회도 자주 출전하지 못하고 울산시 대회 정도만 참석했고, 필드에 나갈 형편이 안돼 연습장에서만 살다보니 또래 친구들에 비해 골프 발전이 더딘 편이었다.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고, 환경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으니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

-연습량은 어느 정도였나?

“물론 요즘은 아니지만 한때 샷 연습만을 할 때는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12시간씩 연습한 적도 있다. 라운드를 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밖에는 할 수 없었다. 프로가 된 이후에는 스케줄을 세워서 하루 3시간을 하더라도 최대한 집중하는 연습을 한다.”

-운동선수라기엔 체격이 왜소하다. 체력적으로 문제는 없나?

“사실 가장 많이 문제가 되는 것이 체력이다. 골프를 시작한 지 올해로 10년이지만 동계 훈련을 위해 외국에 나간 것은 2006년 국가대표상비군 단체 전지훈련 외에는 한 번도 없었다. 겨울에는 매번 국내에서 체력훈련을 소화했다. 그렇게 몸을 만들어놓아도 시즌 중 체력 유지가 힘들었다.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4강전에서도 체력이 딸려 클럽을 들지 못 할만큼 힘들어 맥없이 지고 말았다. 체력 훈련을 좀 더 체계적으로 할 필요성을 느낀다.”

-체력 이외에 스스로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스윙의 전체적인 틀은 잘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술적으로는 아이언 샷 정확도가 떨어지고 스핀이 좀 덜 걸린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약간 페이드 구질인데도 볼이 목표지점에 떨어지고 나서 생각보다 조금 더 구른다.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손목에 무리가 온 상태라 다운스윙 때 손목 코킹을 유지하지 못해 클럽이 약간 완만하게 들어가는 것이 원인인 것 같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므로 곧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우승 소감으로 ‘얼떨떨하다’고 했다. 우승을 실감한 것은 언제인가?

“사실 2라운드를 3타차 선두로 마치고 곧바로 전화기를 꺼두었다. 격려 전화도 부담스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승하고 나서 숙소로 돌아가 전화기를 켠 순간 문자 100건 정도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그걸 보면서 ‘아, 내가 우승했구나’ 하는 것을 실감했다.”

-챔피언이 되고 난 후 가장 달라졌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우승 전까지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한 번도 성공(우승)이라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했고 여유롭게 운동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나자 얽혀 있던 부정적인 생각들이 서서히 풀렸고, 그것이 우승을 가져올 수 있었던 힘이었던 것 같다. 긍정의 힘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갤러리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기쁘다.”

-올 시즌 가장 아쉬웠던 대회는?

“5월에 열렸던 한국여자오픈이다. 두산매치플레이 대회 때의 목표는 8강까지만 올라가는 것이었다. 한 번을 더 이겨서 4강까지 갔으니 목표를 채웠다고 생각한다. 한국여자오픈은 경주에서 열렸다. 고향 울산에서 경주는 30분 거리에 불과하고, 완전한 홈코스는 아니어도 어려서부터 자주 플레이해 코스를 잘 알고 있었다. 나름 공략법과 계획을 세우고 톱10을 목표로 했는데 실수가 이어져 33위에 그쳐 속이 상했다. 자신감이 넘쳐 있었는데도 원하는 성적을 거두지 못해 아쉬웠다.”

-힐스테이트서울경제오픈에서 우승의 원동력이 되었던 샷 하나를 꼽으라면.

“2라운드 18번홀에서 성공시켰던 세컨드 샷이다. 왼쪽으로 돌아가는 홀인데, 왼쪽에 언덕이 있어 대부분의 선수들이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공략하는 홀이다. 티샷이 감겨 왼쪽 언덕으로 갔고 왼발 내리막 라이에서 세컨드 샷을 하게 됐다. 남은 거리는 130m로 길지 않았지만 그린 양 옆에 벙커가 있고, 러프 샷인데다가 내리막 라이라 무척 까다로웠다.

볼을 떨어뜨려 핀까지 굴릴 수 있는 목표지점이 굉장히 좁았는데 운 좋게 볼이 정확히 원하던 자리로 굴러가 핀에 붙었다. 그 샷이 잘 되는 것을 보고 좋은 예감을 받았다.”

-올 시즌 목표는?

“상금랭킹 5위권이 목표다. 10월 스카이72에서 열리는‘LPGA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스스로 아직 많이 부족한 선수라고 느끼기 때문에 지난번 우승은 열심히 노력해 얻은 덤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연습하고, 샷을 연구하고 부족한 것들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일동 |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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