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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다함께]“악보 아닌 마음으로 연주”

입력 | 2009-06-03 02:57:00

다문화시대를 맞아 문화의 소통을 추구하기 위해 창단된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의 제주공연 연습 장면. 사진 제공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 한-아세안 11개국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갈채받은 박범훈 총감독

“80명 ‘和亞音’에 감격 눈물”

“화아음(和亞音).”

지난달 31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기념공연을 통해 갈채를 받은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 다문화시대를 맞아 화아음이란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아시아의 화합의 소리’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오케스트라의 총감독 박범훈 중앙대 총장(사진)은 2일 11개국 52종 79개의 아시아 전통악기를 하나의 음악으로 조화시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악보가 아니라 마음으로 연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태국, 라오스 등 11개국의 대표적인 민속악기가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절묘함 그 자체였다. 아세안 각 국가에서 5명씩 50명, 한국에서 중앙국악관현악단원 30명 등 80명으로 단원이 구성됐다.

“연주에 앞서 서로 마음의 하모니를 만드는 것이 필요했죠. 연습기간 내내 마음을 맞추기 위해 식사를 함께하고 사생활에 대한 얘기도 나누며 한식구처럼 지내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그러다 보니 서로 다른 음색의 악기들도 조화를 이뤄내기 시작했고 마음으로 연주한 공연이 끝나자 연주자들 모두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요.”

박 총장은 당일 행사 피날레 곡인 ‘사랑해요, 아세안’이라는 곡을 만들었다. 이 곡의 가사는 ‘안녕하세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의 한국어와 함께 각 나라의 언어로 구성됐다. 선율은 각 나라의 대표적인 민요에서 따왔다. 박 총장은 “언어가 달라 작사 작곡하는 데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어느 나라에도 ‘사랑한다’ ‘감사한다’는 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랑한다’ ‘감사한다’는 뜻의 각국 언어로 혼성합창과 독창이 섞인 곡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각국 전통악기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11개국 대표 작곡가들을 미리 선정해 워크숍을 했다. 박 총장은 “음악은 사람을 한데 묶는 힘을 갖고 있고 이번 공연은 분명 아시아를 하나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 오케스트라 창설을 주도한 것은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2012년 광주에 건립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첫 번째 콘텐츠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아시아 전통악기만으로 악단을 구성해 콘서트를 개최해 보자는 한국 측 제안을 아세안 국가들이 수용하면서 공연이 기획됐다. 이병훈 단장은 “근대화 과정에서 잊혀지고 훼손된 아시아 전통음악의 중요성을 되살리고 문화공동체 의식과 우정을 돈독히 하기 위한 목적이다. 음악이라는 만국 공통어를 통해 아시아 지역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따뜻한 울림은 다문화와 문화교류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에 참가한 각국의 단원들도 흡족해했다.

“지휘자와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지만 한 걸음씩 나아갔죠. 이번 기회를 통해 아시아 음악이 세계에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어요.”(베트남의 규엔타이홍 씨)

“한국 음식 정말 맛있습니다. 소주도 많이 마셨어요. 참 행복했습니다.”(필리핀의 루엘 보고만 비무야 씨)

이들은 서울로 옮겨 4일 오후 7시 반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두 번째 ‘화아음’을 선보인다.

서귀포=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