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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오프블로그]와인폰-터치위즈폰 ‘쪼개서’ 대박났다?

입력 | 2009-05-26 02:56:00


특정 고객층 요구사항 효율적으로 세분화… ‘세그먼트 전략’ 성공

2007년 5월 나온 LG전자의 ‘와인폰’은 2년이 지난 지금도 하루 4000여 대씩 팔리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내 판매량만 170만 대에 육박합니다. 이는 큰 화면과 버튼, 돋보기 및 문장 자동완성 기능 등에 중장년층이 절대적 지지를 보냈기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의 ‘터치위즈폰’은 유럽 젊은이들의 3대 트렌드인 풀터치스크린, 고(高)화소 카메라, 작고 단순한 디자인을 충족시킨 제품입니다. 지난해 5월 시판 이후 프랑스 스위스 영국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벌써 600만 대 이상 팔렸다죠.

이른바 ‘대박’이 난 이 제품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바로 철저한 ‘세그먼트(Segment·세분화)’ 전략에 근거한 휴대전화라는 점입니다. 첨단 기능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휴대전화 대접을 받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특정 고객층이 요구하는 기능을 가장 효율적으로 제공해야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죠. 그 때문에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제품 개발은 물론이고 마케팅 및 영업에도 이 세그먼트 전략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휴대전화 전략을 세우면서 고객층을 6개 카테고리로 나눴습니다. 우선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스타일’, 업무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비즈니스’, 원활한 정보교류를 첫 손에 꼽는 ‘인포테인먼트’ 고객층이 있습니다. 나머지는 동영상서비스 등의 소비가 많은 ‘멀티미디어’와 지인들과의 교류에 초점을 맞춘 ‘커넥티드’, 기본 기능에 충실한 ‘베이직 커뮤니케이션’ 등이죠. 삼성전자는 이 6개 카테고리를 다시 15개 세부 카테고리로 나눠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 무선사업부 해외마케팅팀장인 이영희 상무는 “휴대전화는 사용자 계층이 매우 넓기 때문에 요구도 다양하다. 각각의 개성 있는 제품군을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케팅 전략도 세분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LG전자도 △스타일 △컨버전스 △엔터테인먼트 △심플 커넥트 등 4개 카테고리별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위 카테고리는 국가별로도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17, 18가지 정도의 세부 계층으로 나누지만 미국은 25가지 이상의 계층을 설정해 두는 식이죠. 미국은 인종이 훨씬 다양하고 직업군도 많아 세부 계층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가까운 중국도 워낙 넓은 대륙에 지역별 특색도 뚜렷해 하위 카테고리가 2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하네요.

세그먼트 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은 각 회사의 1급 비밀로 간주될 정도로 큰 영업자산입니다. LG전자 MC사업본부장인 안승권 사장도 “세그먼트 전략을 세우기 위해 글로벌 조직을 총동원해 20여 개국 소비자들을 철저히 분석했다. 세부내용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수천억 원의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