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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 꿈을 현실로

입력 | 2009-05-21 02:56:00

이화여대생과 대학원생인 이예나, 정다희, 신나래, 이유나, 정우정 씨(왼쪽부터)가 20일 이화여대 의류학과 의상실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결혼식 폐백용 한복을 고르고 있다. 사진 제공 이화여대


저소득층 연인을 위한 결혼식

이화여대생들 내달 27일 마련

신나래 씨(24)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신 씨는 ‘신부’가 아니다. 이화여대 대학원(건반악기과)에 다니는 신 씨는 전공 탓에 지인들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연주하는 일이 잦았다. 결혼식을 자주 접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서 “돈이 없어 결혼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됐다.

“생활이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기 힘든 사람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저소득층 연인을 위한 결혼식을 열자고 마음먹었죠. 학교 공간을 활용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3월 개강과 동시에 일을 착수했다. 그러나 학교 내 사회봉사단체나 교수들을 찾아다녔지만 “교내엔 결혼식 공간이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답답한 마음에 서울지역 구청에 전화를 걸어 결혼식 장소 대관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신 씨는 학교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친구들은 신 씨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열며 꿈을 현실화해 갔다. 막연한 계획보다 제대로 된 ‘제안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저소득층 결혼봉사를 기획했던 봉사단체들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요청했다. 학교 인터넷 게시판에 도움을 청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음대생 기금마련 연주회 열고

사진동아리는 예식사진 촬영

자원봉사 100여명 팔걷고 나서

4월 초, 이화여대 종합사회복지센터가 이들의 제안을 수락했다. 6월 27일 이곳에서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서대문구 저소득층의 결혼식을 열어주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점차 많은 학생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신 씨가 결혼식 자금 마련을 걱정하자 음대생 친구들은 후원금 모금을 위한 연주회를 다음 달 6일 이화여대 리사이틀홀에서 열기로 했다. 교내 연주동아리 이화 솔로이스츠도 이에 동참해 다음 달 14일 연주회를 연다.

결혼식에 필요한 모든 것은 학생들의 자원봉사로 이뤄진다. 예식사진 촬영은 이화여대 사진동아리가, 결혼식 반주는 관현악동아리가 맡는 등 이번 결혼식을 위해 100여 명의 학생이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은 27일 결혼식을 열어줄 대상으로 세 쌍을 선정할 계획이다.

신 씨는 “학교 게시판에 사이버 머니를 지원금으로 받을 수 있다는 글을 올리자 이틀 만에 100여 명이 사이버 머니를 내기 시작했다”며 “모두가 도우면 작은 노력으로 큰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이예나 씨(24)는 “반딧불이 어두울 때 더 빛을 발하듯 빛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