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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기습처리후 “형님~”하자 속만 끓이다 휑~ 나가

입력 | 2009-05-15 02:56:00


■ 원내지도부 속궁합은

홍준표 협상서 밀어붙이면 원혜영-권선택은 속앓이
與 홍준표-임태희 잇단 엇박자
민주 원혜영-박병석 비슷하지만 자기 색깔 약한것도 비슷해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보였던 2월 26일.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국회 본청의 김형오 국회의장실에 들르자 먼저 와 있던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전날 미디어관계법이 상임위원회에서 기습 처리된 데 대해 원 원내대표는 마음이 무척 상해 있었다. 그는 “약속을 파기한 한나라당과는 같이 자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하루 전 일을 잊은 듯 넉살좋게 “아이고 형님∼”(원혜영 58세, 홍준표 55세)하며 말을 붙여봤지만 원 원내대표는 방을 나갔다. 얼굴이 벌게진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홍 원내대표는 일이 급하면 상대방의 반발을 무릅쓰고라도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이런 홍 원내대표 때문에 협상 파트너인 원 원내대표는 당에서 퇴진 요구까지 받았다. 그를 두고 “일은 잘 하지만 야당 원내사령탑으로선 사람이 너무 좋다”는 말이 많은 편이다. 두 사람에 대한 이 같은 평가는 동아일보와 연세대 황상민 교수(심리학)팀의 조사에서도 대체로 드러났다.

○ 공격적 홍준표, 성실 원혜영·권선택, 아리송 문국현

홍 원내대표는 영업형인 반면 원 원내대표와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총무형에 가까웠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원내대표는 기획형과 총무형이 혼합된 성향을 보였다.

영업형은 가치나 명분보다는 업적을 중시한다. 특정 계파나 집단을 아우르는 보스 기질보다는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에 익숙한 편이다. 당내 비주류로 권력의 외곽에 주로 머물러 있던 홍 원내대표의 정치 행로와 비슷하다. 원혜영 권선택 원내대표는 총무형답게 자기 관리를 잘하고 무리하지 않는다. 특히 공무원 출신인 권 원내대표가 총무형 부문에서 38.3점으로 나타나 이런 성향이 가장 강했다. 기업인 출신의 문 원내대표는 기획형이 31점, 총무형이 27.6점이었다. 기획형은 발전과 성공을 중시하지만 본인이 지향하는 명분이나 목적이 무언지 분명치 않은 편이다. 이는 진보 성향의 창조한국당이 보수 정당인 선진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꾸렸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이들 4명의 궁합을 보면 홍 원내대표의 독주에 원혜영 권선택 원내대표가 ‘속앓이’를 한다는 게 황 교수의 분석이다. 영업형의 특성상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돌파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온건파인 총무형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홍 원내대표도 그동안 ‘야당에 너무 밀린다’는 비판을 당내에서 숱하게 들었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본다면 미디어 관계법 등 일부 법안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법안을 그의 임기 동안 대부분 처리했기 때문에 ‘물렁하다’는 소리는 듣지 않는다. 다만 영업형은 제몫 챙기기에 민감한 편이어서 ‘자기 정치를 한다’는 뒷말이 없지 않았다.

○ 원내 ‘투 톱’의 궁합은

각 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은 원내사령탑을 이끄는 쌍두마차다. 양측의 궁합에 따라 원내에서의 성과가 결정되기도 한다.

한나라당의 경우 영업형인 홍 원내대표와 총무형인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조합을 이루고 있다. 대체로 영업-총무형 조합은 워낙 다른 스타일인 데다 지향하는 바도 달라 협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황 교수는 “총무형의 처지에서 볼 때 영업형은 이기적이고 돌출 행동을 많이 한다고 생각한다”며 “반면 영업형이 보는 총무형은 소신이 뚜렷하지 않고 모범생, 책상물림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와 임 의장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정책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 왔다. 황 교수는 “여당 원내대표는 대통령과도 궁합이 맞아야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도 매우 강한 영업형이어서 홍 원내대표가 업적이나 성과를 두고 대통령과 경쟁하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홍보형과 총무형 스타일이 섞여있다. 원 원내대표나 박 의장은 주어진 일은 열심히 하지만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데는 약한 편이다. 여당과의 관계에서나 국민에게 강한 이미지를 보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민주당 원내 투 톱이 모두 비슷한 성향이어서 한나라당과의 차별화가 잘 안 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선진당 류근찬 정책위의장은 주주형이다. 그는 보스나 오너 같은 행보를 보인다. 권 원내대표가 전형적인 총무형이라는 점에서 잘 맞는 궁합은 아니다. 총무형은 ‘당이 요구하는 일은 지금 반드시 해야 한다’고 느끼는 반면 주주형은 ‘내가 원하는 일을 지금 반드시 해야 한다’고 여긴다. 류 의장은 조사가 끝난 뒤인 7일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창조한국당 이용경 정책위의장은 총무형이다. 문 원내대표가 기획형과 총무형을 합친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양측이 크게 이견을 보일 소지가 별로 없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우처럼 자신만의 특성을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에 동료들과 정치적인 교감을 쌓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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