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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개교 70주년 맞는 한양대 김종량 총장

입력 | 2009-05-14 02:57:00


“미래에너지-고령화, 앞으로 간판 연구분야 육성”

《“한양대의 70년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엔진 오브 코리아(Engine of Korea)’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세계 속의 한양’을 목표로 다가올 100주년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개교 70주년(5월 16일)을 5일 앞둔 11일 학교에서 만난 김종량 총장은 한양대의 지나온 길과 나아갈 방향을 명쾌하고 자신감 있게 설명했다. 고풍스러운 본관 앞에는 70주년 개교기념일을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70일 동안 진행해 온 헌혈 캠페인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었다. 김 총장은 “한양대의 70년이라는 역사는 대한민국의 근대화, 산업화, 지식경제화와 함께한 시간이어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

신입생 선발때 재능과 함께 품성에 초점
중등교육 학습량 줄면 사교육도 감소할것

―한양대가 달려온 70년을 되돌아보면 기술공학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습니다. 특별한 역사적 배경이 있을 것 같은데요.

“1939년 동아공과대로 출발해서 1948년 한양공과대라는 최초의 민립 공대가 됐습니다. 기술보국(技術報國)이라는 철학으로 설립된 거죠. 1959년에는 종합대가 되면서 우리 대학이 거듭 태어나는 중요한 걸음이 됐습니다. 그래서 제가 ‘59년 왕십리’라는 노래를 즐겨 부릅니다.(웃음) 1960, 70년대에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엔지니어가 많이 필요했습니다. 당시 우리보다 먼저 설립된 대학들도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이 별로 없었죠. 감사하게도 그때 우리가 기술 발전의 중추가 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엔지니어의 70∼80%는 한양대 공대 출신이었습니다.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한양대 공대가 없었더라면…’이라는 얘기를 종종 하실 정도였습니다. 그야말로 나라 발전의 엔진이었죠.”

―개교 70주년 행사에도 그런 의미가 반영된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대학의 역사와 대한민국 공학 70년의 역사를 함께 들여다보자는 의미로 ‘7선 기술 해외석학 초청 포럼’을 개최합니다. 세계적인 선도 역할을 할 수 있는 7개 기술 분야를 선정해서 70분의 저명한 국내외 석학을 모시고 포럼을 7차례 진행합니다. 지난주에 시작했는데 참 발전적인 자리였습니다.”

김 총장은 공대로 출발한 한양대가 종합대로 바뀌면서 인문사회 분야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냈다는 점을 특히 자랑스러워했다.

“1970년대 초반에 우리 대학이 최초로 사법고시반을 만들었습니다. 설립자(백남 김연준 박사)가 사재를 털어 시작했죠. 전국의 고교를 누비며 우수한 학생들을 모아서 전액 장학금을 주고 법조인을 양성했습니다. 지난해 법조인 양성 1000명을 돌파했으니 작은 씨앗이 정말 큰 나무가 된 셈이죠. 기업 임원 배출도 전국 대학 가운데 서너 번째로 많습니다. 대기업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최고경영자(CEO)가 많다는 것도 교육의 큰 보람입니다.”

―지금까지는 공대가 한양대의 ‘간판’을 맡아왔지만 앞으로는 대표 분야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미래에너지와 고령화라는 두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녹색성장, 대체에너지, 재생에너지 등이 점차 중요해질 것이라 보고 최근 미래에너지 연구원을 만들었습니다. 내년에 에너지공학과를 신설해서 학부생 30명과 대학원생을 뽑습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다는 점을 감안해 고령화 인구 연구원도 발족했습니다. 사회 전반을 아우르고, 그 연구 결과를 정책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고령화 연구를 할 겁니다.”

―대학들의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학교 발전을 위해 우수한 신입생을 뽑으려는 노력도 뜨거운데요. 한양대는 어떤 구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대학마다 책임감을 갖고 자기 대학에 맞는 인재를 뽑을 수 있는 자율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건학 이념에 맞는 인재, 즉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2T’를 보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통합적 문제 해결력과 잠재력을 뜻하는 ‘탤런트(Talent)’와 훌륭한 품성을 의미하는 ‘터치(Touch)’입니다. 이를 위해 ‘한양 루브릭(Rubric)’이라는 독자적인 평가 문항도 이미 개발해 놓았습니다. 올해 수험생들부터 이 평가를 통해 재능과 품성을 살펴볼 생각입니다.”

―올해 특히 관심이 커진 입학사정관 제도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양 루브릭을 도입한 취지가 입학사정관 전형과 일맥상통합니다. 입학사정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전임 입학사정관 외에도 교수 80명을 입학사정관으로 위임했습니다. 입학처 관계자들이 직접 해외에서 선진 사례 연구도 해왔습니다. 평생교육원에 곧 입학사정관 양성 프로그램도 개설합니다. 다만 입학사정관이 만사형통일 수는 없습니다. 사회적인 합의와 신뢰가 이뤄져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대학 입시를 사교육의 출발점으로 지적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근본적인 문제는 중등 교육 과정의 학습량이 너무 많은 것이라고 봅니다. 과목도 많고 우리 삶과 동떨어진 지식을 너무 많이 배우는 게 아닌가 싶어요.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도 많은데 정시모집에서는 대학들이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교과목과 수능이 줄면 자연히 사교육도 줄어들 겁니다. 먼저 교과목과 수능을 냉철하게 검토하고 손질해 달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김 총장은 올해가 한양 100주년의 밑그림을 그리는 해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마련한 70주년 행사들을 백서(白書) 형태로 만들어 100주년 행사에서 재현하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이제 우리 대학은 교육, 연구, 봉사의 전 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야 합니다. 세계 대학인이 인정하는 수준으로 가자는 이야기입니다.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연구, 세계 석학들이 읽는 논문을 만드는 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우리는 이미 3년 전부터 단과대별 자율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등 선진형 대학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대학들이 양적으로는 큰 성장을 했지만 질적인 성장은 미흡했습니다. 저는 질적인 성장을 만들어내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한양대가 100주년에는 국제적인 대학으로 자리매김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인터뷰=이현두 교육 담당 데스크

정리=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종량 총장:

―1950년 서울생

―1972년 연세대 교육학과 졸업

―1978년 미국 뉴욕대 석사

―1982년 미국 컬럼비아대 교육학 박사

―1984∼1993년 한양대 사범대 교수

―1991∼1993년 한양대 부총장

―1993년∼현재 한양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