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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어느 날 딸에게 ‘오빠’, 아들에게 ‘그녀’가 생겼다?

입력 | 2009-04-28 02:55:00


5월 중간고사 끝! ‘연애주의보’ 발령

자녀에게 이성교제 득과 실 스스로 따져보게 하라

《“시험 끝나면 여친(여자친구)이랑 남산에 갈 거예요. 꽃남(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한테 남산에서 프러포즈했잖아요. 요즘 커플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데이트 코스예요.”

중간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22일, 고3인 최모 군(18·인천 계양구)의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 다음 달 2일부터 5일인 어린이날까지 이어지는 연휴에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책상머리에 ‘여자친구의 이름’과 ‘목표대학’을 나란히 써 붙여 놓은 수험생 아들을 보면서 최 군의 어머니는 한숨만 푹푹 내쉰다. 고3이 여자친구를 사귄다는 게 엄마의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가 안 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들 앞에선 싫은 내색을 하거나 ‘공부할 때만이라도 휴대전화 전원을 끄라’는 잔소리는 하지 않는다. 중요한 시기에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다. 한편으론 “친구들과 노래방에 놀러갔다 ‘방팅’(한 노래방의 서로 다른 방에 있던 손님들이 즉석 만남을 갖는 것)으로 만난 여자친구와 사귀기로 했다”며 이성교제 사실을 솔직하게 공개한 아들이 고맙기도 하다. 최 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여자친구와 데이트할 거예요’라며 용돈을 달라고 하면 가끔은 ‘쿨’하게 웃돈을 얹어주기도 하고, ‘여자친구랑 같이 밥 한번 먹자’는 말도 잊지 않는다”면서도 “성적이 떨어지진 않을까 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중간고사가 끝나는 4월 말∼5월 초등 고학년과 중고교생 자녀를 둔 엄마들에겐 ‘연애주의보’가 발령된다. 화창한 봄날, 시험의 압박에서 해방된 학생들이 친구들과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다니다 이성과 눈이 맞는 ‘불상사’가 왕왕 발생하기 때문이다. 학기 초 서먹했던 남녀 학생들이 체험학습이나 동아리활동을 함께하며 조금씩 친해지는 시기이기도 해 학생들 사이에서 5월은 ‘커플이 가장 많이 탄생하는 달’로 통한다.

한창 공부에 집중해야 할 자녀가 나쁜 길로 빠지진 않을까 부모는 노심초사다. 이성끼리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가는 학생들의 뒷모습만 봐도 ‘혹시 우리 애가 아닐까’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게 된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성교제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부모가 “이성 친구를 사귀는 건 나쁜 일이야” “절대 안 돼”라고 하며 강압적 분위기를 만들면, 자녀는 설혹 이성친구와 건전한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부모에겐 거짓말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부모가 무조건 이성 교제를 반대할 경우 자녀는 반발심에 비뚤어진 행동을 할 수 있다. 찬성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반대만도 할 수 없는 자녀의 이성교제. 과연 부모는 어찌해야 할 것인가.

○ 민감한 이성문제…질문의 기술이 필요하다

자녀에게 이성교제에 대한 질문을 할 땐 ‘감시’라고 느끼지 않도록 묻는 ‘기술’이 요구된다. 자녀가 이성 친구를 어떤 경로로 만났는지 알고 싶다면 자녀의 활동반경을 고려해 이렇게 질문한다.

“학교(학원) 친구니?” “동아리 활동에서 만났니?”

다짜고짜 “어디서 만났니? 뭐 하는 애니?”라고 물어보면 자녀는 아예 침묵해 부모의 속을 터지게 하거나 거짓말을 하며 대화를 회피한다.

이성 친구가 생겼는데 자녀가 숨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 올 경우 부모는 우선 자녀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주도면밀한 ‘사전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인기 있는 TV 드라마나 음악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하면서 “너희 학교에도 저렇게 잘생긴 친구 있니?” “요즘 커플들은 100일 기념일에 뭐 하니?”처럼 자녀의 눈높이에 맞춘 질문을 던지면 자녀도 마음을 연다.

김민동 한국성교육센터 상담실장은 “자녀에게 이성친구가 생겼을 때 나쁜 행동을 했을 거라 지레짐작하고 화를 내선 안 된다”면서 “‘우리 딸(아들)이 벌써 이만큼 컸구나’를 인정해주고 우선 이성친구와 어떤 관계인지를 차근히 파악하는 게 순서”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부모는 역시 고민이다. 성적이 떨어지면 어떡하나….

○ 성적이 떨어졌다면…이성교제의 득과 실을 따지게 하자

“여자친구가 자꾸 생각나 공부에 집중이 안 돼요.”

교육컨설팅업체 TMD교육그룹의 이정아 수석컨설턴트는 이성친구를 사귄 뒤 성적이 떨어져 고민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잡혀 있지 않은 학생 혹은 시간활용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의 경우 이성교제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

이 수석컨설턴트는 “특히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엔 이성친구가 없는 학생들도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해져 학습의 흐름이 깨지기 쉽다”면서 “주변의 자극에 쉽게 흔들리는 자녀라면 부모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런 자녀에겐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게 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먼저 자녀에게 하루 동안 이성교제를 위해 사용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으로 적도록 한다. 교복을 개조해 입거나 이성친구와의 기념일을 챙기기 위해 학교 근처 가게에 들렀던 시간까지 빠짐없이 기록하게 한다.

이성교제에 들인 시간의 총합을 구한 뒤 하루 동안 공부한 시간의 총합과 비교해 본다. 이런 생활을 지속할 경우 앞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미래의 자기 모습을 그려보게 한다.

이때 부모는 ‘이성교제는 공부의 적’이라는 부정적인 자세를 취해선 안 된다. 자녀는 오히려 ‘이성친구에게 멋있게 보이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는 생각과 주장을 갖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이성교제에 따른 ‘득’과 ‘실’을 구별해 적도록 한다. 좋은 점이 있다면 학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나쁜 점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함께 생각해 본다.

부모와 자녀가 대화를 통해 ‘공부시간엔 휴대전화 전원 끄기’ ‘주말에만 이성친구 만나기’처럼 구체적인 룰을 정할 수도 있다.

○ 부모의 결사반대?…자녀를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만드는 악수(惡手)

성적이 떨어지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이때 무조건 “이성친구 때문”이라고 자녀를 몰아세워선 안 된다. 부모의 무조건적인 반대는 오히려 자녀의 이성교제에 불을 붙인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반대가 심할수록 자녀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비극적 사랑을 하고픈 청개구리 같은 생각만 키워간다.

부모가 먼저 ‘건전한 이성교제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개방적인 자세를 보여주면서 이와 동시에 이성교제는 자칫하면 당면한 상황에서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는 유연한 설득의 기술이 필요하다.

정미경 빨간펜 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자녀가 이성교제를 하고 있다면 이성친구와 함께 갈 수 있도록 자녀에게 미술 전시회 표를 구해주거나 과학체험전 등에 직접 데려다 주는 방법도 고려해 봄 직하다”고 조언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지혜로운 엄마의 이성교제 컨트롤▼

▲1단계: 상황을 포착하라!

신문기사를 읽거나 TV 뉴스, 드라마에서 청소년의 성(性)에 관한 내용이 나올 때 “넌 어떻게 생각하니?” “이런 상황에서 넌 어떻게 행동했을 것 같니?”처럼 자녀가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을 자연스레 던진다.

이를 통해 성에 대한 자녀의 인식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위험하거나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면 넌지시 바로잡아 준다.

▲2단계: 자녀와 함께 스킨십의 기준을 세우라!

자녀가 이성 친구와의 스킨십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자.

여학생의 경우엔 남자 친구가 스킨십을 요구했을 때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기도 한다. 거절할 경우 남자 친구가 ‘헤어지자’는 의미로 잘못 받아들이진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 한편 여자 친구가 거절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오해하고 더 잘못된 행동을 하는 남학생도 있다.

‘어느 정도의 스킨십이 적당할까?’란 문제에 대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대화를 나눈다. ‘이성 친구와는 손만 잡는다’처럼 구체적인 기준을 함께 정한다. 또 스킨십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자녀가 정확히 인식하도록 지도한다.

▲2단계: 이성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라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이성 친구들을 자주 집으로 초대하면 자녀가 이성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품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자녀가 이성 간의 차이를 생활 속에서 배울수 있도록 주변 엄마들과 상의해 체험학습을 함께 떠나는 것도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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