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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물-음식점 흡연구역 없앤다”

입력 | 2009-04-25 02:55:00

보건복지가족부는 24일 대형 건물, 공연장, 학원, 대규모 점포 등 16개 종류의 공중이용시설을 이르면 연말부터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2006년 7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중소 규모의 사무용 건물과 공장, 관공서 등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됐다고 안내문이 나붙은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게임방 등 사실상 대부분 공중시설 포함

서울시, 버스정류소 등 야외서도 금연 추진

■ 복지부, 전면금연 16개 공중시설 확정

《12월까지는 딱 8개월이 남았다. 보건복지가족부의 ‘금연 정책 로드맵’이 예정대로 진행돼 16개 공중이용시설이 모두 금연구역이 된다면 흡연자의 생활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이다. 어쩌면 12월은 애연가들에게 ‘가장 잔인한 달’로 기억될 수도 있다. 시간을 앞질러가서 그때의 풍경을 미리 그려보면 이렇다. 직장인 A 씨는 “아직도 담배를 안 끊었느냐”며 혀를 끌끌 차는 동료들의 눈치를 보며 건물 밖으로 나왔다. 옷깃을 여미도록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A 씨는 사무실 옆에 있는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웠다. 그러나 아스라한 추억이 돼 버렸다. A 씨는 추위에 떨며 담배를 피워야 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는 주점에서도 흡연자는 ‘퇴출 대상’이 돼 버렸다. 재떨이를 달라고 하면 주인은 “달라진 법 때문에 줄 수 없다”고 말할 뿐 아니라 “손님이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우리가 큰일 난다”며 호들갑을 떤다. A 씨는 20년간 피워왔던 담배를 끊어야 하나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

○ 일정 면적 이상 건물에 우선 적용

12월이면 이 가상 사례가 모두 실제상황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선 공공장소에서 금연을 강화하려는 복지부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24일 16개 종류의 공중이용시설을 정해 건물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려는 것도 이런 의지의 표출로 볼 수 있다.

여기에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는 박대해 의원(한나라당) 등이 같은 취지의 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금연구역을 늘리자는 데는 여야의 이견도 거의 없어 이 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복지부가 이번에 지정한 16개 시설은 대형 건물, 공연장, 학원, 대규모 점포, 숙박업소, 학교, 실내체육시설, 의료기관, 사회복지시설, 교통시설, 목욕장, 게임방, 대형 음식점, 만화방, 정부청사, 보육시설이다. 물론 당장은 일정 면적 이상의 건물에 대해 적용된다. 대형 건물은 전체 면적이 1000m² 이상일 때, 실내체육시설은 1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에 대해, 공연장은 300석을 넘을 때 모두 전면 금연구역이 된다.

주점이나 음식점은 면적이 150m² 이상일 때 개정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대형 건물에 입주한 주점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대형 건물은 시설 내 모든 곳이 금연 구역이 되기 때문에 업소 면적이 작아도 담배를 피울 수 없다.

○ 지자체 추가로 금연구역 지정 가능

개정법이 시행된 후 파괴력은 예상외로 더 커질 수도 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 개정안이나 복지부의 금연정책 로드맵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중앙정부에서 정한 금연구역 외에 추가로 지자체 조례를 통해 금연구역을 지정할 수 있게 된다.

복지부의 이번 조치가 시설 내부에만 국한돼 있지만 여러 지자체에서 추가로 금연구역을 지정할 경우 흡연 구역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와 같은 지자체에서는 이미 그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모든 공공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버스 정류소와 같은 야외 공중이용시설에서도 전면 금연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흡연자가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은 주거용 건물, 아주 영세한 주점이나 식당, 사람들이 몰려있지 않는 야외로 국한될 수밖에 없다.

○ 외국에 비해 담배규제 미흡

흡연자의 반발이 크겠지만, 복지부는 그대로 밀고 간다는 방침이다. 복지부가 이처럼 초강경 금연정책을 꺼낸 것은 최근 들어 흡연율이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국내 담배 규제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점도 초강경 정책이 나온 배경으로 볼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국내와 외국 금연구역 정책을 비교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 비해 건물 내 흡연이 훨씬 수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교육시설, 정부시설, 사무실, 식당, 술집, 건강관리시설, 기타사업장 등 7개 시설별로 살펴 본 결과 7개 시설 전체가 전면 금연구역으로 돼 있었다. 비교적 흡연에 관대하다는 프랑스도 최근 기타 사업장만 뺀 나머지 전체 구역에서 흡연이 금지됐다. 담뱃갑에 적힌 경고문구도 마찬가지. 호주와 뉴질랜드는 경고 문구를 담뱃갑 크기의 60% 이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50%를 넘어야 한다. 반면 한국은 30% 이상이면 된다.

복지부는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소비자인 흡연자뿐 아니라 담배공급자까지 규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가 2020년까지 성인 남성의 흡연율을 20%까지 낮추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금연 2020 전략’에 따르면 편의점이나 소매점의 담배 진열 판매를 금지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성인도 주민등록증을 제시해야 담배를 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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