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시티즌의 전술 중심에는 미드필더 권집(25)이 있다.
대부분의 공격 전개가 그의 발 끝에서 시작될 정도로 김호 감독의 신뢰는 대단하다.
12일 K리그 울산 현대와의 원정경기. 예상대로 선발 명단에 권집이 포함됐다. 하지만 불과 5분 만에 곽철호와 교체됐다.
상대 수비수와 볼 경합 도중 정수리를 다친 탓이었다. 터치라인 밖에서 치료를 받았으니 실제 뛴 시간은 채 1분이 안됐다.
벤치로 들어온 권집의 상처 부위를 유심히 살피던 대전 의무진은 “진물이 약간 나온다”며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봤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도록 통증이 가시지 않아 13일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곧 충격적인 의사 소견이 나왔다. 권집의 정수리 상처에서 나온 흰색 진물의 정체가 실제로는 사람의 앞니였던 것.
아무리 축구가 거칠어도 머리를 깨물린 게 아니었으니 선수도, 의무팀도 당황한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골똘히 생각하던 권집은 앞니의 주인이 울산전에서 경합을 벌였던 동갑내기 이동원이란 것을 직감했다.
곧바로 이동원에게 전화를 시도한 권집. “어떻게 내 머리에 앞니를 집어넣었냐. 아무렇지도 않냐”는 항의에 돌아온 대답이 더욱 기가 막혔다.
“나도 경기 끝나고 앞니가 조금 부러진 걸 알았어. 왜 가져갔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해프닝의 후유증으로 두 바늘을 꿰맨 권집은 여전히 정상 훈련을 하지 못한 채 트랙만 열심히 뛰고 있단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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