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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제라르 뱅데]끝내는 2009, 시작하는 2009

입력 | 2009-04-14 03:01:00


라틴어로 10진법의 마지막 숫자 9를 지칭하는 Novem과 새로움을 뜻하는 Novus는 철자가 다르다. 그러나 프랑스어의 Neuf는 9를 지칭하기도 하고 새로움을 뜻하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숫자 9가 있는 해는 늘 새로운 출발의 계기였다. 1929년에는 대공황이 닥쳤고, 1939년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1989년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1999년에는 인터넷 버블이 터졌다. 다시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제위기가 닥쳤다. 9를 지닌 해는 하나의 주기를 끝내면서 새로운 세계를 출현시켰다.

소련과 동유럽의 공산주의 독재체제가 도미노처럼 붕괴한 1989년 널리 퍼졌던 생각은 자유주의 경제가 세상을 지배하리라는 것이었다. 더는 시장경제에 도전할 만한 라이벌이 없었다. 시장경제를 따르려 하지 않은 국가, 북한이나 쿠바 같은 나라는 본보기가 되지 못했다.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공산당이 지배하는 국가조차도 자본주의를 도입하는 경제개혁을 시작했다.

그러나 성장률 증가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성장은 끝이 없다. 프랑스에서는 흔히 이런 말을 한다. 나무는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결코 하늘에 닿을 수 없다. 세계 금융체제가 직면한 어려움은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도산과 함께 국가를 무대 전면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국가는 은행을 구하고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 됐다.

두려움은 변화의 원동력이다. 당장 생산 감소와 실업 증가를 초래한 위기로 국가는 공황과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배후에는 수십 년간의 성장 모델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투자은행들은 아주 복잡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세계 곳곳에 퍼뜨려 각 나라의 경제를 감염시켰다. 그건 살아 있는 생물체 속에 퍼져 증식하는 바이러스의 공격 같은 것이다. 현재 아무도 정확히 금융계를 오염시킨 유독한 상품의 수와 그 총액을 알지 못한다.

미국 정부, 투자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 위기에 모두 책임이 있다. 이들은 무사안일에 빠져 무모한 정면 돌파를 택했다. 시장 참가자는 무책임하게 무슨 결과를 빚을지도 모르는 금융상품을 사들였다. 신용평가회사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은행은 미숙한 도제(徒弟) 마술사처럼 통제할 수도 없는 상품을 만들어냈다. 은행은 자기자본이 점점 줄어드는 데도 고객에게 더 많이 대출함으로써(이런 대출은 절대로 상환될 수 없다), 즉 자기자본의 30배까지 대출함으로써 번영을 누렸다. 이런 무모함은 AIG 같은 보험회사 덕분에 가능했다.

어느 날 종이 성(城)이 무너졌다. 단순히 유독한 상품을 거둬들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순하고 기본적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가가 규제자가 돼야 한다. 시장이 스스로를 규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과거의 것이 됐다.

위기에 대한 응답은 국가 힘의 증대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 안정은 은행에 자금을 수혈할 수 있는 국가의 힘에 달렸다. 많은 은행이 사실상 국영화됐다. 역사는 국영화된 은행이 국가 발전에 기여했고 그런 의미에서 나쁜 해결책이 아님을 보여준다. 지금은 현존하는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할 시간이다. 과거로의 복귀는 큰 실수가 될 수 있다. 위기(crise)라는 말은 그리스어 크리시스(krisis)에서 왔다. 크리시스는 힘든 결정을 내리는 데 따르는 고통을 의미한다.

제라르 뱅데 에뒤 프랑스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