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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황에 투기 우려하는건 난센스”

입력 | 2009-04-02 02:58:00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닐하우스로 덮인 서울 근교의 그린벨트를 택지로 바꿔 일반분양 아파트 24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에 양질의 주택을 지어 미래의 주택 수요에 대비하는 한편 건설경기도 살리겠다는 의도다. 박영대 기자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인터뷰=박원재 경제부장

《“극심한 경기침체로 민간 건설사가 공급하는 주택 물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부족한 물량을 공공부문이 맡아주지 않으면 2, 3년 뒤에는 집값 폭등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도 공급 부족으로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던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았습니까.”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정동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중 일부를 풀어 일반분양 아파트를 공급하려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또 정 장관은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수경기 진작이 중요하다”며 “경인운하와 4대 강(江) 살리기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는 데 최우선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 철도의 속도를 크게 높이고 연안수송을 활성화하는 등 물류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밝혔다.》

“수요 있는곳에 주택 충분히 공급할 것”

부동산 규제 완화 쓸수있는 카드 다 내놔

‘강남 3구 투기 지역’국회상황본 뒤 해제 검토

SOC투자 조기집행 月1만2000명 고용 늘어

4대강 살리기 사업도 경제-환경 일석이조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짓는다는 정책은 어떤 취지에서 나온 것인가.

“역대 정부의 주택 공급은 신도시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에 의존한 측면이 많았다. 이명박 정부는 도심이나 역세권 개발 등으로 공급 방식을 다양화하고 있다. 이미 결정한 신도시 계획은 그대로 진행하겠지만 새로운 신도시를 만드는 건 가급적 지양할 생각이다. 신도시와 서울 사이의 그린벨트 가운데 ‘비닐벨트’로 방치된 지역은 이미 생활기반시설이 형성돼 있는 데다 땅값도 저렴해 보금자리주택단지로 지정하기가 쉽다. 또 ‘소셜 믹스(Social Mix)’ 차원에서 서민주택뿐 아니라 중산층 대상의 중대형 아파트도 분양하도록 하겠다.”

―서울 근교의 그린벨트 지역에 일반분양 아파트를 공급하면 어떤 효과가 있나.

“민간 건설사들은 경기가 나쁜 탓도 있지만 싸고 좋은 택지를 확보하지 못해 주택사업을 하는 데 애로가 많았다. 값싸고 질 좋은 택지를 정부가 조성해 일부는 공공, 일부는 민간이 짓게 하면 건설경기의 불씨를 살리는 데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상반기에 대상 지역을 확정해 발표하려고 한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추가로 규제를 풀 계획은….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다 내놓았다. 살펴보니까 1998년 외환위기 때 도입했던 부동산 경기 활성화 조치 중 주택 구입자금 출처조사 면제만 시행하지 않고 있는데,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 현재로서는 도입할 계획이 없다. 서울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 문제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안건이 4월 국회에서 처리되는 것을 보고 해제 시기를 검토하겠다.”

―정부가 투기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오는데….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는 건 난센스다. 부동산 경기가 너무 급격하게 추락하면 실물경제나 금융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적정 수준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줘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인 경기 흐름이나 미래에 대한 기대감, 수요자의 심리 같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움직이는 것이지 규제완화 조치 몇 개로 결정될 만큼 단순하지 않다. 앞으로 수요가 있는 곳에는 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것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토부가 가장 신경을 쓰는 분야는….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서는 SOC 투자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올해 SOC 예산은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25% 늘어났다. 예년에 3∼5% 늘었거나 거의 정체 수준이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예산 누수 없는 조기집행이 성공의 관건이다.”

―SOC 투자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국토부와 산하 공기업이 벌이는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인원을 매달 점검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2월 말 현재 14만5000명으로 전월에 비해 1만2000명이나 고용 인원이 늘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SOC 투자를 조기에 발주한 효과가 좀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4대 강 살리기를 놓고 대운하 추진을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의심하는 시각이 있는데….

“4대 강 살리기와 대운하는 전혀 상관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는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 이게 정부의 최종 결정이고 내 생각도 다르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4대 강 살리기는 진작부터 하고 싶었던 사업인데 그동안은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못했다. 비가 올 때마다 토사가 쌓여 강바닥이 높아졌는데 지금까지는 제방을 높이는 일만 해왔다. 정부가 강을 살리겠다고 큰 결심을 한 것이다. 지역경제도 살리고 강도 살리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맡았었는데 고속철도(KTX) 대구∼경주 공사구간 부실시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공단 이사장 시절 시공사를 객관적으로 선정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시공사가 선정돼 부실시공이 발생한 것은 임기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부실시공 문제가 알려진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 조사를 독려했다. 현재 전문가들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므로 결과가 나오는 대로 완벽하게 정비해 국민이 안전성을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

―교통 분야를 오래 다뤄온 전문가로서 교통물류 정책에 대한 복안은….

“교통정책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과거에 뿔뿔이 흩어졌던 SOC와 물류가 현 정부 들어 하나로 합쳐졌다. 그동안 별개로 움직였던 도로와 철도, 연안해운 등을 통합해 운송수단의 연계성을 높이려고 한다. 올 1년만 더 연구하면 교통수단의 배분정책도 명쾌해질 것이다.”

―물류 정책이 그동안 도로에 치우친 느낌이 있는데….

“이제 탄소배출권을 사고파는 시대가 됐다. 자동차가 내뿜는 탄소배출량이 과다하면 나중에 많은 공장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에너지를 적게 쓰는 철도를 많이 지어야 하고, 특히 일반 철도의 속도를 시속 180∼200km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서울∼춘천 복선전철 등 동서 철도축을 강화하고 동해안의 남북 철도축도 늘려서 장차 시베리아 철도와 연결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정리=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 정종환 장관은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청양농업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71년 행정고시 10회로 공직 입문

△교통부 국제항공과장, 도시교통국장

△건설교통부 국토계획국장, 기획관리실장

△1998∼2001년 철도청장, 2003년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이사장, 2004년 한국철도 시설공단 이사장

△2008년 2월 국토해양부 장관 취임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