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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을 찾아서/에릭 캔델 지음·전대호 옮김/555쪽·2만5000원·랜덤하우스
1938년 11월 9일 나치 치하의 오스트리아 빈. 아홉 살 소년 에릭은 자신이 다니던 유대교회당과 부모님의 가게 유리창이 깨지고 많은 유대인들이 폭행당하는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소년은 가족과 함께 가까스로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그날의 기억은 각인돼 잊히지 않았다.
2000년 ‘신경계에서의 신호 변환에 관한 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저자가 기억을 연구한 이유는 어린 시절의 끔찍한 경험 때문이었다. 그는 ‘왜 어떤 기억은 쉽게 잊히는데 다른 기억은 오래 지속되고 심할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까지 이어지는지’를 탐구했다. 연구 결과 기억이 신경세포(뉴런)들 간의 연결인 시냅스의 성장과 관련이 있다는 과학적 사실을 밝혀내며 정신 생물학이라는 새 지평을 열었다. 이는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이 책은 정신과학 책이자 자서전이다. 저자는 책의 절반은 자신이 연구해온 50년 동안 정신 연구에서 일어난 과학적 성과로 채웠다. 나머지 반은 역사학자를 꿈꾸다 프로이트에 매료돼 의대에서 정신의학을 공부하고, 수련의 과정에서 정신의 근원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에 의사의 길을 버린 이야기 등 삶의 과정을 담았다. 어린 시절 목격한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동조했던 오스트리아 정부와 지식인에 대한 비판이 곳곳에 녹아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