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에서 설파한대로 ‘전쟁은 정치의 또 다른 수단’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단순한 야구의 세계화 추구를 넘어서 어느 나라의 야구 방식이 가장 유효한가를 놓고 경합한 ‘문명의 충돌’이었다.
토머스 프리드먼을 인용하면 한국은 렉서스, 일본은 올리브나무에 비견된다.
일본은 ‘일본식 야구로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깃발 아래 ‘사무라이 JAPAN’이란 국수주의적 슬로건을 들고 나왔다.
무사도 야구에 대해 하라 감독과 일본 선수단은 ‘매사 과정을 중시하고, 진지하게 임하는 야구’라고 몸으로 답했다.
휴일에도 훈련을 했고, 패해도 무방한 경기에서도 전력을 쏟았다. 이런 의욕이 과잉돼 한국전에선 비신사적 플레이까지 불사했다.
김일융 스포츠동아 일본 통신원은 이를 “일종의 국민성”이라 표현했다. 김인식(사진) 감독의 전략은 한국민의 습성과 맞아 떨어졌다는 얘기다.
김 감독은 동기부여만 확실하면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한민족의 ‘신명’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기형적 대진 일정을 호재로 전환한 역발상이었다.
또 하나, WBC에서 새삼 입증된 김인식 퓨전야구의 저력은 곧 개방성에 있다.
미국식, 일본식이든 좋으면 받아들인다. 렉서스다. 동시에 김인식 리더십은 주체적이다. 한국야구에 대한 프라이드가 확고하다.
김인식 야구가 단단한 건 특정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수단이야 어쨌든 결과가 좋으면 된다는 실용주의에 기반하고 있어서다.
중국 12억 인민을 굶주림에서 구해낸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과 같은 맥락이다. 김 감독은 WBC를 통해 ‘한국야구의 활로는 다양성’이라고 증명해냈다.
“오직 실천만이 진리를 검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고백한 덩샤오핑의 실천론과 겹쳐진다.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