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일 2라운드에서 한국이 야구 종주국 미국을 7-3으로 격파한 날, 한국의 김민재는 경기 후 도핑테스트를 받으러 갔습니다.
거기에 뉴욕 양키스의 데릭 지터가 함께 소변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더랍니다.
‘사인이라도 받을까?’, ‘그래도 체면이 있지….’ 그러나 그는 결국 체면을 던지고 사인을 받은 뒤 감격에 겨워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비단 김민재 뿐만 아니었습니다. 22일(한국시간)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을 앞둔 이진영은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TV에서나 보던 메이저리그 스타가 그라운드에서 왔다갔다 하면, 한국 선수들은 “쟤가 걔냐?”면서 마치 촌사람이 처음 서울구경 온 것처럼 신기해했고, 다른 선수들는 “어디, 어디” 하며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목을 빼고 쳐다봤다고 합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이진영은 “메이저리그 선수도 우리하고 같은 야구선수라고 다들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3년 전만 해도 경기를 앞두고는 선수들이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신세대들이라서 그럴까요? 호텔에서는 자유분방하고, 경기를 앞둔 전날에도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고 하네요.
그러나 경기장에만 나오면 선수들이 알아서 자기 할 일을 하기 시작한다는군요. 옆에서 말을 걸기조차 무서울 정도로 집중력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한국야구는 당당해졌습니다. 자신감과 여유까지 얻었습니다.
3년 전만 해도 4강을 달성한 우리에게 “도대체 그들은 누구인가”라며 의아한 눈길로 바라봤던 세계가 이젠 당연한 듯 코리아를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기 시작했습니다.
LA|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