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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SCHOOL DIARY]인터넷 얼짱오빠가 내 남친이라면!

입력 | 2009-03-10 03:01:00


날렵한 턱선… 손대면 베일 것 같은 콧날… 완소 피부…

“오늘 H고등학교 앞에서 ○○ 오빠 봤어요. 검은색 가방 메고 마스크 턱에 살짝 걸치고 누구랑 통화하시는 것 같았는데…. 친구랑 막 호들갑 떨면서 ‘까! ○○ 오빠다’라고 소리 질렀어요. 실물은 더 최고! 사인 받으려다 참았어요.”

중학교 2학년 박모 양(15·서울 동대문구)과 ○○ 오빠는 아는 사이? 아니다. 박 양은 ‘오빠’를 잘 알지만 ‘오빠’는 박 양을 모른다. 그는 박 양이 좋아하는 ‘인터넷 얼짱’(잘생기고 예쁜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10대 소녀 사이에선 웬만한 연예인만큼 알려진 인터넷 스타다.

‘다음’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생긴 얼짱 팬 카페는 수천 개. 가장 유명한 얼짱 카페 ‘오대얼짱(cafe.daum.net/5i)’은 40만 회원을 자랑한다. 또 다른 ‘뉴 쭉빵카페(cafe.daum.net/ok211)’는 회원이 약 15만3000명. 하루에 2만여 명이 방문하고 새 글만 2000여 건이 올라온다.

수십만 회원에게 얼짱으로 인정받아도 카페의 대표 얼짱이 되려면 ‘실물 심사’를 거쳐야 한다. 사진에 ‘포샵질(포토샵 등 컴퓨터 작업으로 사진에 효과를 준 것)’을 하지 않았는지, 만약 얼짱 각도에서 사진을 찍지 않을 경우 ‘얼꽝’이 되진 않는지를 직접 만나보고 검증하는 것. 1차 온라인 평가는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실물 심사는 카페 운영진이 직접 한다.

지난해 11월 ‘오대얼짱’ 카페에서 ‘5기 얼짱’으로 선발된 문호준 씨(21·사진·가수지망생)는 지하철에서 간혹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고.

“여중생으로 보이는 친구들 서너 명이 저를 가리키며 속닥속닥하더니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거예요. 대놓고 찍기에 ‘저 아세요?’라고 물었더니 카페에서 봤다고 하더라고요.”

문 씨가 얼짱으로 처음 알려진 건 고2 때. 한 카페에 올린 문 씨의 사진이 여학생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자 싸이월드로 쪽지가 쏟아졌고, 수백 명이 ‘일촌’(미니홈페이지에서 서로의 게시물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친한 사이) 신청을 했다.

중3인 최모 양(16·충남 천안시)은 카페 게시판을 이용해 얼짱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오빠, 개학하니 친구들하고 반이 달라져서 쓸쓸했어요’ ‘우리 학교 추운데 히터도 안 틀어줘요’와 같이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일상적인 내용이다. 일부 얼짱은 ‘팬 서비스’ 차원에서 편지에 답글도 달아준다. 자신의 글에 얼짱의 ‘감동 댓글’이 달릴 새라 최 양은 학교 컴퓨터실에서도 몰래 카페에 드나든다.

“오빤 만화나 소설 속에서 튀어나온 주인공 같아요. 날렵한 턱 선, 손대면 베일 것 같은 콧날, 뽀얀 피부가 ‘완소’(완전 소중하다는 뜻의 줄임말)죠. 오빠를 보면 눈이 정화되는 기분이랄까?”

최 양은 최근 얼짱의 집주소를 어렵게 알아내 초콜릿 바구니와 사람만 한 인형을 선물로 보냈다. 틈틈이 자신의 블로그에 얼짱의 최신 사진을 올려 ‘감상’하고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다.

“연예인과 친구의 중간쯤이라고 할까요? 얼짱은 운 좋으면 학교 앞에서도 만날 수 있고 메신저도 할 수 있으니 친근하잖아요. 혹시 알아요? 나도 구혜선(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여주인공으로 인터넷 얼짱 출신) 언니처럼 얼짱 되면 오빠가 내 남친이 될 수 있을지.” 박 양의 말이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