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주부 김정미 씨는 최근 3년 동안 체중이 8kg 정도 불면서 가장 먼저 무릎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평소 쉽게 오르내리던 계단이 힘들어졌고 무릎에서 열이 나는 느낌도 들었다. 김 씨는 퇴행성 무릎 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비만 인구가 늘면서 김 씨처럼 퇴행성 무릎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55세 이상 인구 2명 중 1명이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다. 전체 인구의 10∼15%에 해당한다.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 횟수만 해도 2001년 1만5473회에서 2007년에는 5만2413회로 늘었다. 》
쪼그리고 앉거나 무릎 꿇는 자세는 관절에 ‘독’
○ 평상시 체중관리 중요
퇴행성 무릎 관절염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김태균 분당 서울대병원 관절센터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관절에 약간의 마모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생활 속에서 관절염을 예방하거나 늦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퇴행성 무릎 관절염 예방을 위해서는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보통 속도로 평지를 걸을 때 무릎에 가해지는 힘은 체중의 5∼8배에 이른다. 체중이 5kg만 늘어나도 무릎에 가해지는 힘은 엄청나게 커지는 것.
무릎에 가해지는 힘을 고려할 때 적절한 체중은 대체적으로 40세 이전에는 자신의 신장에서 110을 빼고, 40세 이후에는 100을 뺀 수치다.
규칙적인 운동도 필요하다.
무릎 관절에 좋은 운동은 평지에서 가볍게 뛰기, 평지에서 빠르게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다. 일주일에 3∼5일, 하루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무릎에 좋지 않은 운동이나 활동을 피하는 것도 관절염 예방에 필요하다.
바닥에 쪼그리고 앉거나 무릎을 꿇고 일하는 것은 무릎 관절에 ‘독’이다. 운전할 때나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경우 똑같은 자세로만 오래 있는 것도 해롭다.
○ 허벅지 근육 강화해야
무릎 관절을 보호하는 또 다른 방법은 허벅지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허벅지 근육이 약하면 무릎 관절에 직접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져 손상이 쉽게 일어난다”며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서 무릎 관절염이 2배 이상 많은 것도 근육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근육강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주면 퇴행성 관절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의자에 앉아서 발목을 뒤로 젖힌 상태에서 무릎을 펴면 허벅지 근육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또 바닥에 무릎을 펴고 앉아 무릎 뒷면을 바닥에 붙이려고 노력할 때도 허벅지 근육에 힘이 들어간다. 이 상태에서 5초 이상 머무는 동작을 30회씩 하루 2, 3차례 한다.
등을 바닥에 붙이고 두 발로 벽을 미는 동작은 허벅지 앞뒤 근육을 동시에 강화해준다.
○ 초기에는 약물·운동 요법 병행
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퇴행성 무릎 관절염이 발생하는 경우라면 좀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연골손상이 X선 촬영 시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경미한 초기 관절염이라면 약물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해서 치료가 가능하다.
집안일을 하고 난 후 무릎이 붓고 아프거나, 걸을 때 무릎에서 소리가 나거나, 통증으로 편히 누워 있기 힘들면 중기 관절염에 해당한다.
이광원 힘찬병원 정형외과 부원장은 “중기 관절염은 이미 연골이 닳아 있거나 뼈끝이 뾰족하게 자란 상태”라며 “관절내시경 수술, 연골판 이식술, 변형교정술, 미세천공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절내시경 수술은 무릎 관절부위에 내시경을 삽입해 치료하는 수술법이다. 연골판 이식술은 손상된 연골 대신 환자 자신의 새로운 연골을 이식하는 시술이다.
40, 50대의 비교적 젊은 환자에게 많이 쓰이는 변형교정술은 휜 다리를 교정해 무릎 안쪽에만 가해지는 힘을 분산시켜 관절염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미세천공술은 관절 변형이 경증인 경우 뼈의 일부분에 구멍을 내 출혈과 흉터를 유발한 후 흉터가 재생되는 과정에서 뼈와 연골이 함께 만들어지는 수술이다.
말기관절염에는 관절을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인공관절 수술은 관절을 형성하는 뼈의 겉면을 곱게 다듬고 얇은 특수 금속막을 관절겉면에 씌운 후, 그 중간층에 특수 플라스틱을 삽입해 물렁뼈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