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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무영]빗물도 자원, 물관리 시설을

입력 | 2009-01-31 03:00:00


우리는 매년 봄이면 가뭄으로 고통을 겪는다. 가뭄이란 피할 수 없는 천재인가? 아니면 물 관리를 잘못하여 생기는 인재인가? 같은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을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에 오는 빗물의 양은 적지 않다.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 떨어지는 빗물을 다 모으면 전국의 운동장 평야 도로 산에 어른 가슴높이까지(1.3m) 물을 채울 수 있다. 부족하진 않은데 문제는 여름에 다 흘려(400억 t) 내보내고 나서 봄에는 물이 없다고 쩔쩔매는 모습이다.

가뭄대책으로 관정을 뚫고 제한급수를 하고 다른 유역의 물을 빌려오는 식의 임시방편적인 대책은 남의 돈을 빌리는 일과 같이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 다른 지역 사람이나 자연 또는 후손이 쓸 물을 가지고 오는 것이므로 무작정 좋아할 일이 아니다. 배가 고프다고 종자 볍씨를 먹는 일과 마찬가지의 어리석음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 관리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의 물 관리 개념은 하루빨리 빗물을 내다 버리는 식이었다. 하수도 하천 도로 도시계획 등 모두 비만 오면 빨리 하류로 해서 바다로 내보내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 결과 땅속으로 물이 안 들어가 지하수위가 떨어지고 전국의 하천이 마르고 생태계가 파괴된다.

빗물을 버리는 대신 모은다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 작은 규모의 침투시설과 저장시설을 전국 곳곳에 만들어 땅속에 모으면 된다. 깊은 산속의 옹달샘도 좋고 안 쓰는 논에 모아도 좋다. 경사면에 눈썹 모양으로 흙을 약간 돋아 두어 빗물이 고여 땅에 스며들게 하면 된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쉽고 검증된 기술이 많다. 가뭄을 항구적으로 벗어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먼저 도로나 주택을 만들 때에는 원래의 물상태가 변함이 없도록 원인자가 부담하여 물 관리시설을 만드는 방안이다. 두 번째로 저축통장의 잔액과 마찬가지로 지역의 물 잔고라는 개념을 도입하자. 외부의 의존이 없이 지역에서 자체 조달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얼마이며, 현재의 잔고로 가뭄을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모든 지역주민이 미리 알 수 있도록 하자. 그러면 지역주민 스스로가 힘을 합하여 미리 아끼고 관리하여 물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이번 봄은 다른 방도가 없다. 조상이 남겨주신 지하수를 보충하지도 않고 생각 없이 마구 써버린 우리가, 후손이 쓸 씨종자까지 써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부터라도 올여름에 올 빗물을 땅속에 침투시켜 저장하는 시설을 만들자. 그래서 다시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가뭄대책을 매년 내놓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말자.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