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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테이션]설이 코앞인데…한숨 싣고 달리는 ‘지하철 24시’

입력 | 2009-01-22 16:32:00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월 22일 동아뉴스 스테이션입니다.

(박제균 앵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누구보다 고통 받는 건 평범한 서민들일 텐데요.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면서 그들의 삶을 실어 나르는 지하철과 버스 풍경도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김현수 앵커) 오늘은 불황이 덮친 지하철과 버스에서 엿본 변화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사회부 장윤정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장 기자, 서울 지하철과 버스를 24시간 동안 직접 둘러봤는데, 어땠나요?

(장윤정) 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곳곳에서 서민들의 어려움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지하철 승객이 크게 늘었는데요. 인터뷰 한 시민들 대부분이 전보다 많이 혼잡해졌다고 지적했고요. 실제로 지하철 1호선에서 4호선까지를 운영하는 서울 메트로가 21일 발표한 통계에서도 지하철 승객이 하루평균 395만3000여명 정도로 하루 3만 명, 즉 0.8%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버스에서는 요금을 아끼려고 무임승차하는 손님들이 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3) 이재하 2219번 버스기사

"돈이 없다면서 차비를 안내고 타시는 분들이 요새 많이 늘었어요.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요즘은 경기가 좀 안 좋아서 그런지...돈이 없다는데 냉정하게 차비 내라고 할 수도 없는거고."

(박 앵커)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신문을 줍는 노인들도 많이 늘어난 것 같던데, 그 분들도 만나보셨나요?

(장) 네, 아침 출근길에 시민들이 보고 버린 신문을 먼저 줍고자 노인들이 벌이는 전쟁도 불황임을 피부로 느끼게 했는데요. 무가지가 쌓이는 7시 반에서 8시 무렵이 되자 신문을 모아서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들은 선반위에 쌓인 신문들을 수레, 배낭, 마대 자루 등에 쓸어 담느라 바빴습니다. 사실 노인들이 아침시간 꼬박 신문들을 모아서 버는 돈은 2000~3000원 안팎에 불과합니다. 유가 하락과 국내 경기침체로 폐자재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제철업체와 제지업체가 생산량을 줄이는 탓에 폐휴지 1kg당 200원 하던 것이 40~50원 정도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폐휴지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신문을 줍고자 지하철에 나오는 노인들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는데요. 지난 20일 아침에도 지하철 한 차량 당 3, 4명의 신문 수거노인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노인들은 요즘 같은 어려운 세상에 별다른 기술 없는 노인이 할만한 일이 이것밖에 없어 아침마다 나오게 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인터뷰) 폐지 수거 노인

"나는 이거해서 먹고 사는데...지하방에서 나 혼자 살아요. 근데 가격이 뚝 떨어지니까 반찬값도 안 나와요. (하시는 분들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많죠, 다들 노인네 할머니들 다 나서니까…젊은 사람들도 노니까 젊은 사람들도 나서고"

(김현수 앵커) 안타까운 일입니다. 장 기자, 지하철에서 잠을 자는 노숙자들의 생활은 어떤가요?

(장) 네, 해가 지고 막차 시간이 다가오자 1호선 종각역은 노숙자들의 보금자리로 변했는데요. 박스로 만든 이부자리에 누워 노숙자들이 잠을 청하는 가운데 한쪽 구석에서는 노숙자들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노숙자 수도 늘어난 듯 보였는데,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이면 밖에 있던 노숙자들도 지하철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노숙인들과 직접 대화도 나눠봤는데 그들도 불황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아침마다 인력시장에 가도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인터뷰) 지하철 노숙자

"일을 하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는 거에요. 영등포나 동대문이나 종로 같은데 있는 인력시장에 가도 너무 경기가 어렵기 때문에 장사가 안됩니다. 그래서 못 갑니다. 가도 다 공치고 옵니다."

(박제균 앵커) 이야기를 듣다보니 마음이 무겁네요. 설이 코앞인데 설 분위기는 찾기 힘들었나요?

(장) 네. 민족의 명절 설이 코앞인데도 지하철에서 만난 서민들에게선 들뜬 표정을 발견하기 힘들었습니다. 신문을 줍는 노인 분들도 설 계획을 묻자 '혼자 보낼 것'이라며 입을 굳게 다물었습니다. 대목인 설을 맞이하는 상인들도 너무 힘들다며 울상이었습니다. 경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지하철 차량 안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들도 늘어서, 상인들이 없는 차량을 기다리느라 몇 대씩을 그냥 보내며 순서를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지하도 상가 상인들도 이벤트를 통해서라도 매상을 늘려보고자 절치부심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강계명 회장(종각 지하쇼핑센타 번영회)

"전체적으로 매출이 30%정도 감소한 상태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이걸 기회로 삼고 지하상가의 이벤트를 통해서 손님을 유입시키려고 유입하고 있죠.

(김 앵커) 어려움이 있더라도 설만은 가족과 함께 따뜻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박 앵커) 장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