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집필진 수정금지 가처분신청 기각
“저자들, 교과부 수정요구 이행 계약맺어”
금성출판사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저자들이 정부의 교과서 수정 지시에 반발해 법원에 낸 수정금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의 이번 결정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는 9일부터 수정된 교과서의 인쇄에 들어가며, 2월 초까지 일선 고교에 새 교과서를 배포해 3월부터 시작되는 새 학기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이동명)는 8일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를 쓴 김태웅 서울대 교수 등 5명이 출판사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저자들이 ‘교과부로부터 수정 요구가 있을 때 일정 기간 안에 이를 위한 원고와 자료를 넘기겠다’는 계약을 출판사와 맺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저자들은 교과서 검정 신청 때 ‘교과부 장관의 지시를 성실히 이행한다’는 동의서를 냈기 때문에 동일성유지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동일성유지권이란 저작자가 자신이 쓴 작품의 내용이나 형식, 제목 등의 동일성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날 법원의 판단으로 교과부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작업은 힘을 받게 됐다.
그동안 교과부는 “교과서를 직권으로 수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저작권 문제에는 자신 없는 태도를 보였다. 이 때문에 만약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3월 신학기 교과서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가 교과서 검정 신청 때 저자들이 제출하는 ‘장관 지시 이행’ 동의서를 근거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점에서 자신감을 얻은 분위기다. 교과서 검정을 신청하는 출판사들로부터 이 같은 동의서를 받기 때문에 앞으로도 교과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교과서를 고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지난해 12월 17일 ‘좌편향’ 논란을 일으켰던 금성출판사 등 근현대사 교과서 6종 206곳을 고쳐 3월 새 학기부터 반영하기로 결정했으며, 이에 대해 김 교수 등은 “자신들의 동의 없이 교과서를 수정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